겨울날 스케치

찾아라 그리하면 너희가 찾을 것이다.

by 생각하는냥

겨울날 스케치



1. 원했던 것.


눈이 내렸다.

작년에 왔어야 했을 양에다가 이자까지 더해져 주 단위로 펑펑 내리고 있다. 올 겨울 들어 서울에만 세 번째 눈이라 과할 정도로 내리시는 건 아니지만 지난여름 두 달여간의 장마를 생각하면 빈번하게 올지도 몰라서 조금 위태롭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원했던 눈이 내리니 기쁜 마음을 어찌할 순 없다. 어떤 이벤트를 약속했던 것도 아니지만 그냥 보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너무도 반가웠다. 그러나 그것은 뽀드득 밟는 순간, 그리고 눈송이가 내릴 때까지 만 이었다.


길이 얼어 미끄러운 탓에 하마터면 고난도의 액션 샷을 연출할 뻔하였고 흙과 뒤범벅이 된 눈은 굳이 신발에 들러붙어서는 사무실까지 올 게 무언가. 감히 허락도 없이 내 뒤를 졸졸 따라와서는 온통 걸음걸음마다 흙탕물이었다. 어지간히 깡패스럽다.


단지 눈 한 번 보자고 한 것뿐이었는데 이래저래 현타 오는 뒤치다꺼리에 원했던 게 현실이 된다고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2. 예상치 못했던 것.


날이 추워지니 몸이 귀찮아진다.

식탁 모서리에 위태롭게 놓아둔 물건을 살짝 밀기만 하면 될 일인데 가만 놔두고 몸을 피하려다 그만 구석에 둔 약간 단단한 종이박스에 그만 정강이를 찧고 말았다. 더군다나 식탁 위의 물건은 그만 몸에 부딪혀 바닥에 떨어지기까지 하였다. 일타쌍피다. 그냥 조금 옆으로 미는 약간의 수고로움이었더라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터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사람일이 대체로 그러하다.



3. 예상했던 일.


설마 했는데 샤워를 하다 말고 나도 모르게 악 소리를 내고 말았다. 아니나 다를까 종이박스에 부딪혔던 부위에 상처가 나 있었고 물이 닿으니 절로 고함을 지르고 만 것이다. 부딪히는 순간 예상했던 일이긴 했다. 겨울철이 되면 피부가 건조해져서 조금만 부딪혀도 금세 상처가 나곤 했으니까.

상처는 고통에 익숙해지면 덜 아프다. 그래서 일부러 물을 상처부위에 뿌렸다. 겨우 이 자그마한 상처에도 겁나 아프다니.

예상했던 일이긴 했지만 대처할 사이도 없이 사건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이다. 인간은 더없이 약하여 상처 앞에서 나약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를 잘 이겨내는 편이다. 다만 대처방법이 조금씩 다를 뿐.



4. 꼭 필요할 때 반드시 숨는 것.


전날까지 사용했던 물건을 찾는 방법은 단순한 편이다. 대체로 행동반경 이내에서 조금만 세심하게 둘러보면 대체로 찾아지는 편이다.

그러나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버린 물건은 곤혹스럽다. 얼마 전 산 화장품이 바닥에 굴러다니는 것을 발견하고 어딘가에 분명히 두었는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보이지가 않았다. 왠지 어딘가 숨어서 나를 바라보며 비웃고 있을 것 같아 얄미워졌다. 찾아지면 곤장을 수십대는 때려줘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아쉬운 건 어디까지나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약자다. 궁한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이다. 하루 종일 얼굴이 땅긴 건 나지 화장품이 아니니까 말이다.


성서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찾아라 그리하면 너희가 찾을 것이다.". 그렇다. 나 대신 찾아줄 '너희'가 절실히 필요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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