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하는냥 Nov 30. 2022

퇴근길은 사랑이다.

다시 말하자면 퇴근길은 언제나 사랑이다.

퇴근길은 사랑이다.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출근길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것이 하루의 기분을 좌지우지할 수 있지만 퇴근길은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사랑이다. 온갖 사람이 이용을 하다 보니 불편한 일이 일어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다. 방 한 칸짜리 쪽방에 사는 사람이든 대궐 같은 집에 사는 사람이든 퇴근길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그냥 아무 이유 없이 퇴근길은 사랑이라고 주장하는 바이다.


피곤함에 절어 지하철을 서서 가더라도 퇴근 길이 사랑이라는 명제는 변하지 않는다.


바로 앞에 빈자리가 났다. 재빨리 앉아도 됐지만 양보하고 싶었다. 오른쪽에는 서로 달라붙어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연인이 있었고 왼쪽에는 여자 혼자 서 있었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연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려고 몸을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연인이 망설이던 사이 왼쪽에 있던 여자가 잽싸게 빈자리를 낚아챘다. 누가 보아도 20대 초반이어서 자리에 대한 욕심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40대 아주머니에게서나 나올 법한 반응에 깜짝 놀랐다.


실패다.

원래는 연인 중 한 명을 앉혀서 꿀 좀 그만 떨어뜨리고 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빈자리가 났다. 이번에는 앉아 볼까 싶어 다리에 막 힘이 들어갈 즈음 또 다른 육식동물이 재빨리 빈자리를 낚아챘다. 하필이면 탑승한 지하철의 난이도 레벨이 약육강식 레벨이다.


오른쪽에서는 계속 꿀 빨고 있는 곰 두 마리가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안 하고 있고, 눈앞에 앉은 두 육식동물은 빈자리라는 먹잇감으로 포만감에 꾸벅꾸벅 졸고 있다. 어차피 앉아 갈 생각이 별로 없었던 초식 동물은 그저 창밖에 빛나는 불빛을 아침 이슬 마시듯 눈에 빨아들이며 퇴근길에 취하고 있을 뿐.


다시 말하지만 퇴근길은 언제나 사랑이다.






작가의 이전글 겨울이 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