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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하는냥 Dec 01. 2022

졌잘싸

비축구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지극히 주관적인 월드컵 2022년 12월 1일

"졌잘싸"


졌지만 잘 싸웠다. 욕을 바가지로 먹게 될지 모르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대한민국의 월드컵 수준은 졌잘싸다. 지금까지 가장 좋은 성적은 2002년의 4강이며, 그다음이 2010년의 16강이다. 그 이외엔 모두 조별리그 탈락이다. 그러니까 데이터로만 보자면 2022년에 조별리그 탈락하더라도 욕먹을 결과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3게임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뛰었느냐를 본다. 졸전을 치르는지 아니면 최선을 다하는지의 차이다.


첫 게임 우루과이전, 비기기는 했지만 중요한 순간에 심판은 우리 편이 아니었다. 우루과이 선수의 발을 맞고 골라인을 넘어가도 휘슬을 불지 않았고 우루과이 골대 근처에서 상대 선수의 반칙성 플레이가 분명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프리킥을 주지 않았다. 12 vs 11의 싸움이 될 뻔하였지만 다행히 골대가 우리 편이었다. 2번의 위험한 찬스를 골대가 막아준 것이다. 12 vs 12의 경기 결과 무승부였다.


두 번째 경기 가나전, 전반 20분부터 TV를 켰는데 켜자마자 어이없게 실점하는 장면을 보았다. 켜자마자 실점당하는 장면은 시청자 입장에서는 정말 최악이다. 나 때문에 실점한 건가?라는 생각을 안 하는 사람이 있을까?

'수비수 다 어디 간 거야?'

첫 경기에서 이런 장면이 나왔다면 이해라도 가겠는데 두 번째 경기에서 어벙해진 수비수들을 보며 짜증이 밀려와 그만 TV를 껐다. 안 봐도 진 게임이라 생각했기에 정신 건강을 위해 더 이상 볼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나 지났을까. 아파트 전체가 요동치는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봐도 골을 넣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바로 켰다가 또 이상한 일이 벌어질까 봐 조금은 뜸을 들이고 켜 보았다. 스코어 2:3? 그래도 잘 따라가긴 한 거 같은데 추가골은 대체 뭐냐. 아쉬운 장면들이 이어지고 이어지며 결국 졌지만 잘 싸운 경기로 끝나 버렸다.


골이 나온 상황은 이강인이 투입된 직후였다. 첫 번째 경기에서도 후반 29분, 이강인이 투입되면서 경기 흐름이 바뀌었던 걸 보면 부상으로 인해 평상시 전력이 아닌 손흥민 외에 팀의 흐름을 끌어줄 인물은 역시나 이강인이었다. 축구 초짜가 봐도 대강 흐름이라는 건 보인다. 두 번째 경기에서도 후반 12분에 교체 투입되었고 바로 골이 연결되었다. 대한민국의 키플레이어는 이강인이다. 그런데 후반 29분, 후반 12분 교체? 감독아, 너무하는 거 아니냐?


선취점을 내고 경기를 끌고 가느냐, 선취점을 내주고 경기를 끌려가느냐는 경기 자체가 다르다. 애초에 이강인이 주전이었더라면 수비수의 구멍을 공격으로 메꿔주어 분위기 반전이 있었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대한민국은 수비를 잘하는 국가가 아니다. 수비수 실수로 골을 내준 게 어디 한 두 번이었나. 누가 됐든 수비수 실수는 일어날 일이기 때문에 특정 선수를 콕 집어 욕할 필요가 없는데 이미 언론은 마녀사냥을 시작했더라. 정말 그런 싸구려 짓은 안 했으면 좋겠다. 그건 국민들이 알아서 인터넷 댓글로 할 수준이지 언론이 나서서 할 짓은 절대 아닌데 말이다. 마녀사냥식 기사를 보면서 언론개혁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언론아, 국민들의 수준은 개돼지 수준이 아니란다. 물론 일부는 아직도.....


세 번째 경기는 절대 강호 포르투갈과 3일 오전 12시에 한다고 한다.

불행하게도 벤투 감독은 레드카드로 퇴장 상태라 지휘를 할 수 없다. 기사를 찾아보니 무전기나 휴대폰으로 코치진과 연락을 취할 수도 없다고 한다. 꼼수지만 벤투 감독 옆에 통역이 따라가서 통역이 전달하는 방법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어차피 감독만 사용 안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관계자만 아니면 되는 거 아닌가? 옆에 현지인 내지는 관계자가 아닌 통역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에라 모르겠다.


가나전이 아쉽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욕먹을 상황은 아니다. 딱 그만큼이면 된다. 이기지 않아도 졸전만 아니면 된다. 어차피 우리의 수준은 졌잘싸다. 그러니까 부담 없이 맘껏 뛰다 오길 바란다. 제발 어설프게 멍 때리다가 오지만 말아라.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 하였다. 상대가 포르투갈이든 브라질이든 간에 졸전만 아니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모든 걸 발산하고 죽도록 뛰다 왔으면 좋겠다. 상대가 질릴 때까지 말이다. 욕심이 과한 걸까?



추신 :

이제 축구에서 일본하고 비교질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일본이 16강에 오르든 우리하고 싸우든 말든 간에 중요한 건 국가의 경제력과 군사력이지 축가가 아니다. 축구는 그저 대리만족일 뿐, 우리가 이겨야 할 분야는 경제와 군사력이지 축구가 아니다.

아시아 축구로서 일본이 16강에 오르면 기뻐해 주되, 우리 선수들이랑 비교하는 짓만 하지 말자. 2022년 축구는 이제 축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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