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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하는냥 Dec 09. 2022

빌런의 법칙

대체 왜 저래?

성질 급한 기관사는 사람들이 다 내리지도 않았는데 문을 닫는다는 안내 방송을 한다. CCTV는 멋으로 달린 것인가? '대체 왜 저래?'


급히 타려는데 같이 타던 아주머니가 입구에 한 발짝 들어서더니 길을 막는다.

'아니, 여보세요. 들어가셔야죠.' 속으로 버럭 한다.


지하철에서 입구 출구 막는 분들 꽤 많다. 뒷사람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것이다. 에스컬레이터 출구에서도 이런 길막을 종종 만나곤 한다. 입구를 막아서 뭘 어쩌겠다는 걸까? 어쩔 수 없이 '지나갈게요'라며 밀면 기분 나쁘다고 째려본다. 그러면 그 사람도 '왜 저래?'라고 하겠지. 그렇다고 당신 때문에 지하철 문에 끼여 갈 순 없지 않은가.


언짢은 기분을 안고 다른 칸으로 이동하다 마스크를 벗고 코 풀고 있는 새로운 빌런을 마주하였다. 코로나 시대에 저러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뒤로 다시 후퇴.

빌런들만 한 칸에 타는 차량을 만들어 두면 더없이 좋으련만 왜 칸칸마다 빌런이 한 명 이상씩 있는 것일까. 참 신기하다. 회사마다 빌런 한 명씩 있는 거랑 같은 원리일까? 사람들이 모여 살다 보면 어느 조직에나 어느 공간에나 꼭 빌런 한 명씩 존재한다. 사회학적으로 이런 현상을 부르는 단어가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여기선 그냥 '빌런의 법칙'이라고 해두자.


지하철을 내려 계단을 이용하려는데 느릿느릿 거북이 세 마리가 경주를 한다. 무려 3명이 동시에 스마트폰 영상을 보고 있었는데 옆으로 나란히 있어서 아주 완벽하게 길을 막고 느리게 내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속으로 외쳤다.

"길 좀 비켜주실래요?"

응? 분명 속으로 외쳤는 귀에 목소리가 들렸다. 미쳤다. 속으로 외친다는 게 입으로 말해버린 것이다.

앞에 가던 아저씨가 깜짝 놀라 옆으로 비켜섰다. 사실 아저씨만 놀란 건 아니었다. 지나가면서 괜히 시비당할까 봐 마음 졸이며 나머지 급히 지나갔다. 혹시라도 천천히 가다가 '겨우 그렇게 갈 거면서 길을 비키라 그랬냐'라며 멱살을 잡힐까 봐 천천히 가도 되는 구간에서도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누가 쫄보 아니랄까 봐.


그런데 말이다.

'비켜달라'라고 시원하게 토하고 나니 너무 개운 건 뭐냐.

쫄보, 이거 버려 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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