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하는냥 Nov 17. 2023

웬 떡

천국과 지옥에 대한 짧은 생각

버스는 항상 서던 자리에서 약 2미터 앞에서 멈췄다. 그 때문에 기다리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고 늘 먼저 타던 순서가 제일 뒤로 밀리게 되어버렸다. 결국 빈자리는 없었고 서서 가야만 했다. 게다가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운전사와의 궁합도 최악이었다. 급정거와 급회전이 잦은 탓에 아침부터 봉춤을 춰야만 했다. 이게 다 한 사람 때문이었다.


버스가 정류장을 향해 다가올 즈음 어디선가 나타난 승용차 한 대가 서행을 하며 다가오는 버스의 진로를 방해하였다. '쟤는 왜 저래?' 하는 순간 승용차를 향해 누군가 달렸다. 달리는 여인네의 얼굴은 누가 보더라도 '이게 웬 떡이냐'는 환한 미소 한가득이었다. 아마도 버스정류장 앞을 지나던 승용차 운전자와 순간의 짧은 눈빛 교환임에도 불구하고 태워주겠노라고 차를 세운 듯 보였다. 그것도 대중이 이용하는 버스정류장에서 말이다.


얼굴도 모르는 그녀의 기쁨을 위해 아침부터 봉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이리 흔들 저리 흔들. 춤은 즐거우라고 추는 건데 이건 노동이었다. 그리고 지옥 같은 흔들림 바로 코 앞에는 좌석에 앉아서 한가롭게 폰을 보며 한가로운 출근길을 즐기는 이들이 보였다. 한걸음도 되지 않는 거리인데 누군가는 천국이고 누군가는 지옥이다.


같은 공간인데도 바로 옆인데도 천국과 지옥은 늘 함께 한다. 언제는 안 그랬던 적이 있었던가. 새삼 처음인 것처럼 왜 그래.


갑자기 떡이 당겨 자주 접속하던 쇼핑몰에 들어가 떡을 주문하였다. 떡 회사 사장님은 알고 있으려나? 떡 미소를 지닌 처자 덕분에 광고 1푼 쓰지 않고 매출이 늘게 되었다는 것을.


작가의 이전글 또다시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