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가 아니라 C네
본가에 다녀오던 길이었다.
기차역 승강장에서 좌석을 두세 번씩 확인해 보았다. 시간, 열차번호, 좌석.
기차가 역에 들어오고 사람들이 순서대로 탑승을 하였다. 좌석번호를 확인하며 앉을 좌석을 넌지시 보니 누군가 앉아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곤히 잠자고 있었다. 깨우려고 어깨를 살짝 건드렸는데 미동조차 없었다. 그때 옆에 앉아 있던 같은 또래의 여자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응? 왜 보지? 일행인가?'
"저, 제 자린데 번호가 어떻게 되세요?"
"네?"
"네?"
"네"
"네"
짧은 순간에 서로 당황하여 바보같이 '네'만 주고받았다. 그도 그럴 게 그 사람의 좌석번호를 보니 그 자리가 맞았다. 나 또한 맞았다. 그제야 서로 다른 자리를 이야기하고 있었던 걸 알아차렸다.
"아, 님 거 말고 이분요. 이 자리요."
"네?"
"아, 일행 아니세요?"
"아닌데요."
순간 정적이 흘렀다. 옆 사람이 일행도 아닌데 눈은 왜 마주쳐서 오해를 하게 하는 거냐고. 황당해져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마스크를 착용한 덕분에 양쪽으로 올라간 입고리를 들키지 않았지만 웃을 때 생기는 눈가의 주름은 아마도 들켰을 것 같다. 아마 그 여자 사람도 자는 사람 그냥 깨우면 되지 왜 자기를 봤냐며 웃기는 아저씨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내 좌석에서 꿀잠을 자고 있던 처자는 잠에서 깨더니
"어? 좌석을 착각했나? B가 아니라 C네."
너무 평온한 톤으로 혼잣말을 남기곤 바로 건너 옆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자리에 앉고는 오해해서 미안하다는 걸 표현하고자 상황 설명을 하였으나 뭔가 귀찮다는 눈빛을 감지하고 조용히 폰을 꺼내 폰 속의 세계를 펼쳐 들었다. 옆자리와 미묘하게 불편한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이 혼란을 야기시킨 주범은 건너편에서 그새 곤히 잠들어 있었다. 항상 사고를 친 사람은 편안하고 수습을 하는 사람만 분주하고 불편해질 뿐이다.
주위를 도는 정적은 뻘쭘함을 대신할 뿐 개인에게 벌어지는 일 따위 세상은 관심도 없다는 듯 그렇게 KTX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던 길을 열심히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