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가 다가오는 방식

끝까지 버티는 자가 승리한다

by 생각하는냥

전에는 소리라도 내고 다녀갔는데 요즘에는 소리도 없이 왔다 간다.

그동안 없던 예절이라도 배운 것일까? 조용히 왔다 가는 너무 거슬린다. 소리가 주는 짜증이 있지만 소리 없이 다녀가니 소리 내던 시절이 금세 그리워졌다.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준다면 정도는 짜증 없이 빨려줄 생각은 있는데 말이다. 이미 빨리고 간지러움이 밀려올 때쯤에는 불쾌함이 뇌를 지배한다.

모기도 학습을 하는 건가?

혹시나 싶어 ChatGPT에게 물어봤다.
'요즘 모기가 앵앵 거리는 소리를 덜 내는 거 같은데 이유가 있을까?'

도시환경 변화 때문에 열대 모기(이집트숲모기) 같은 외래종이 늘어나고 있어, 소리가 다르게 느껴질 가능성이 있다거나, 살충제 퇴치제의 사용 증가, 인간 행동 변화로 모기가 조용히 접근하는 전략을 쓰는 경우가 보고 되고 있다고 한다.

? 전략? 모기가 전략을 쓴다고? ChatGPT 가끔 근거 없는 말이 진짜 같기도 하고 가짜 같기도 해서 수가 없지만 모기가 전략을 쓴다니 왠지 모르게 신뢰가 가질 않는다.

그리고 하나 , 주변이 시끄러운 도심 소음에 익숙해져서 모기 소리가 상대적으로 들릴 수도 있고, 고주파 청력은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므로 예전보다 모기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고도 한다.

? 나이가 들수록?
나이에 따라 들리는 주파수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기 소리를 들을 정도로 나이가 들었다는 말에는 어처구니없이 긁혀 버렸다.

나이 얘기에 긁히는 편은 아니지만 ChatGPT에게까지 이런 말을 들으니 긁혀버려서 마디 남겼다.

"웃기고 있네. 모기의 고주파를 못 들을 정도로 나이가 든 건 아니거든?"

"네, 청력 탓으로 돌린 건 살짝 억지일 수 있겠네요."

엎드려 받기 한데 '살짝'이라고?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찔러보았다.

"살짝 억지가 아니라 많이 억지가 아니었을까?"

"맞습니다. 청력 때문이라는 건 거의 억지에 가깝고, 진짜 이유는 모기 쪽 요인으로 보는 게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아, 얘를 믿을 수가 없네.'

그렇게 ChatGPT 감정싸움을 하다가 뇌가 불쾌감으로 가득 차버렸다. 방금 모기에게 물린 곳이 간지러움을 자극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모기 사냥에 나섰다. 손에는 전기 모기채를, 다른 손에는 손전등을 들었다. 손전등은 마치 수용소에서 탈출하는 포로를 잡기 위한 탐조등 같은 거다. 가끔 모기는 천장이나 벽면에서 휴식을 취할 때가 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마리가 포착되었다.

조용히 다가가 전기 모기채를 바짝 붙이자 지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모기의 미세한 탄내가 공기 중에 스며들었다. 그렇게 모기 사냥은 쉽게 끝나는 알았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곳이 물렸다.

영화 '죠스', '메가로돈' 같은 '자연 공포물' 장르를 보면 "처음에 잡힌 진짜 최종 보스가 아니다"라는 클리셰가 자주 쓰인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에서까지 이러는 정말 피곤한 일이었다.

다시 손전등을 비추었지만 최종 보스가 그렇게 쉽게 찾아질 리도 없고 쉽게 잡힐 리도 없었다. 장르가 공포영화로 넘어갈 판이었다.

결국 홈매트를 꺼내 전원을 꽂았다. 특유의 은은하지만 인공적인 약품향이 코를 찔렀다. 여름밤 동안 우리의 밤은 기나긴 농성전이 것이다. 배고프면 제풀에 꺾여 옆집으로 향하겠지. 굳이 홈매트에 대한 내성을 키워서 내게로 달려들 돌아이는 아닐 거라고 본다.

생명체인 빌런을 마주했을 먹일 있는 상대는 바로 보내면 그만이지만 강자를 만났을 견디는 자가 살아남는다. 나폴레옹 아저씨가 그랬다. '끝까지 버티는 자가 승리한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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