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크리스마스야

그냥 쉬는 날이지

by 생각하는냥

항상 이맘때 쯤이면 거리와 티비를 가득 채운 건 캐롤송이었는데 저작권이라는 이름하에 캐롤송 들어본지가 꽤 오래된 듯 합니다. 한때 지겹도록 들었던 캐롤송이 이렇게 그리울 줄이야.


그래도 어릴 적엔 머리맡에 큼지막한 선물이 들어갈 수 있는 고탄력 대형 양말을 머리맡에 준비하고 자기도 했었습니다. 혹시라도 아침에 눈을 뜨면 선물이 들어있을지도 모른단 희망을 가지고. 하지만 매년 아침마다 그 양말을 채운 건 제 발냄새 뿐이었지요.

산타가 없다는 건 진작에 깨달았고 더군다나 그 희망을 채워주지도 않으신 부모님을 원망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착한 아이에게만 준다던 산타의 선물, 결국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악하다는 걸 성악설을 증명하는 존재가 되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꾸벅.


그렇게 한해 한해 지나보내며 해가 갈수록 성탄절은 그저 휴일이라는 낙으로 밖에는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나마 아내와 극장이라도 방문해서 기분이라도 낼까 싶었는데 CGV 와 롯데시네마라는 대기업의 횡포를 그대로 둬선 안된다는 아내님의 뜻을 존중하여 다른 극장을 찾아보았으나 그나마 메가박스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탓에 극장마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대기업의 전횡을 그리 막고 싶으면 차부터 처분을 하시든가. -_-+


결국 아무런 저녁 스케쥴없이 저녁에 집에서 소고기나 구워먹자는 걸로 얘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약속이 정해지면 늘 퇴근 시간 즈음 울리는 고객의 전화벨 소리 하나. 아무도 없는데 나가면 그만인 것을.


'받을까 말까'


양심을 자극하는 소리에 결국 수화기를 들었건만 덕분에 한시간이나 늦게 집을 향하고 말았습니다. 양심은 늘 내편은 아님이 분명합니다. 내 안의 적. 얄밉다고 가슴을 때려본들 통증은 내가 느껴야 참 나쁜 놈입니다.


어쨌거나 마무리하고 집으로 향하니 같이 먹자던 스테이크는 반의 반 조각만 덩그러니 후라이팬 위에 남아 있더군요.


이게 뭔 크리스마스야.



오늘은 말입니다. 그냥

응팔 하는 날일 뿐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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