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은 기회를 낳고 기회는 좌절을 낳는다
불행은 기회를 낳고 기회는 좌절을 낳는다.
어제였습니다.
잠시 검토할 게 있어서 노트북을 사용하다가 서랍농 앞에 있는 의자 위에 노트북을 잠시 올려뒀습니다. 의자위에 책이 좀 쌓여져 있어 살짝 불안하기는 했지만 떨어질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거든요.
한참 다른 일을 보고 있는데 아내가 몇번을 제 옆에 왔다갔다 하는 겁니다. 아마도 크리스마스에 같이 안 놀아주니 간섭을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서랍농을 여는 겁니다.
그때였습니다. 뭔가 둔탁한 충격음이 들려오는 겁니다.
"이분이 또 뭘 떨어트리셨네." 라며 이번엔 뭘까하고 반사적으로 아무 생각없이 옆을 바라봤습니다.
세상에나,
바닥에는 노트북님이 마치 바바리맨이라도 된 양 아랫도리를 벗어던지시고 그 안을 훤히 드러낸 채 바닥에 드러누워 계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배터리와 밑뚜껑이 모두 분리된 채 훤히 내부가 드러나니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순간 버럭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조심히 좀 하지. 그게 안보여?"
아내도 놀랜 나머지 급한 변명을 하더군요.
"그러게 잘 좀 놓지. 왜 여기에 놨는데."
"그래? 그럼 내가 바닥에 뒀으면 또 밟고나서 왜 여기에 뒀냐고 뭐라고 할거잖아?"
"그러니까 딴데 뒀어야지."
아, 아내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뒀어야.
어쨌거나 기절해 쓰러지신 노트북님을 들어서 벗겨진 아랫도리를 얼른 입혀보니 뚜껑 부분 중에 살짝 부러진 부분이 발견되았습니다. 이를테면 남대문 지퍼가 고장이 나서 위까지 안올려지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순간 떠오른 생각 하나,
'아싸, 이참에 새 노트북 사자고 해볼까?'
버벅이는데다 작은 화면이 못마땅했었던 마당에 새로 장만할 기회를 하늘이 내려주신 겁니다.
그래서 최대한 울먹이는 상을 지으며 아내에게,
"이거 이제 못쓰나봐. 새로 노트북 하나 장만해야 할 거 같애. 15인치인데 1키로그램도 안되는 노트북 있다는데 그거 살까?"
아내 표정이 살짝 어두워지더군요.
노트북이 완전 사망하셨을거란 기대를 품고 전원버튼을 눌렀습다. 그런데 요놈아가 정신을 차린 모양인지 전원버튼에 환하게 불을 반짝거리며 윙크를 해대는 겁니다. 희한한 건 전보다도 더 빠르게 부팅까지. -_-;;;
'야, 너 이러면 안돼. ㅠㅠ'
"아, 이거 데이터 어디 날라갔거나 뭐가 안될지도 몰라. 조금만 있어봐봐"
여기저기를 만지작 거리는데 아무리 봐도 정상입니다. 아 이러는거 아니잖아. 크리스마스 선물 좀 받아보자. 제발.
그런데 아무리 만져보아도 밑뚜껑이 조금 깨진 것 말고는 모두가 정상이었습니다.
불행은 기회로
기회는 좌절로...
순식간에 만감이 교차하는 아주 짧은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아내님의 고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놀래킨 것에 대한 복수가 시작되었습니다.
"아, 잘못했어. 안사면 되잖아. 아. 그만 찔러. 아프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