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

과거의 익숙함에 벗어나 여유에 익숙해지를

by 생각하는냥

전 회사에서 퇴사 한달 전, 대표에게 후임자를 빨리 채용하셔야 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퇴사한지 보름이 지난 지금도 후임자를 채용하지 못해 실무부탁을 해오는 통에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무려 한달 보름동안이나 후임자를 채용하지 못한 건 못한 게 아니라 안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하니즘에 빠져 도와주고 있는 저도 제 스스로 매우 답답하기는 매 한가지입니다. 어려서 도덕시간과 종교활동을 너무 열심히 했던 탓인지 내 잘못이 아닌데 왜 그걸 도와주고 있는건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직해서 지금 다니는 직장도 인수인계 받느라 정신 없는데다 할일도 많은 마당에 이전 회사 일을 도와주고 있으니 제 머리속이 제대로 된 정신일리 만무합니다. 그러는 통에 즐기던 글쓰기도 일주일 이상을 못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1월 초까지만 이라며 최후통첩을 해놓기는 했는데 그때가서도 협조요청할까봐 거절하는 방법을 연습중입니다.


거절하는 방법을 이 나이 먹고도 모를리 없습니다. 그런데도 왜 거절을 못하고 있는건지.

뭐가 아쉬워서?

연봉? 사람? 정때문에? 흠... 그런 게 있기는 하느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듯 합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것 하나. 바로 익숙함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익숙했던 업무들 말입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인수인계 받으며 터득해가는 일들은 하나같이 낯설고 제 방식이 아닌데, 전 회사의 일들은 이미 제 머리속 안에 모든 게 펼쳐져 있고 답이 바로바로 나오니 그 익숙함이 문제였던 겁니다.


과거의 익숙함에 길들여져 저도 모르게 그 일을 거부하지 못하고 하고 있었던 겁니다.


아, 그렇다고 그 일을 언제까지 해줄 순 없으니 다음주까지만 해결해주고 이후는 무썰듯 싹뚝 잘라야겠지요. 싹뚝싹뚝. 이제는 지금의 직장에 하루라도 빨리 익숙해져야 하니까요.


요즘들어 여유라는 녀석이 잠시 가출을 하는 통에 제가 잠시 당황해서 판단미스를 해버린 듯 합니다. 누가 요 녀석 좀 가출 못하게 꽁꽁 묶어놓고 감금이라도 시켜놔줬으면 좋겠습니다.


요상한 게 중이 제 머리 못 깍는다고 여유라는 놈도 매 한가지인 듯 합니다. 여유라는 녀석에 익숙해지는 날이 빨리 오도록 남은 하루의 휴일을 알차게 보내야겠습니다.


다쩌고짜 앞뒤 다 자르고 늘 어머님이 해주시는 단어가 요즘따라 제 입에도 붙어버렸네요.


화이팅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