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는 왜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나2
전 직장에 입사했을 때부터 유독 인연이 엇갈린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경영지원 및 재무회계를 담당했던 여자 과장이 한명 있었는데
저는 그녀보다 직급도 위였고 나이도 많았으며 회사내에서 넘버3였던 저에게
너무도 남다른 애정을 표현해주시더라구요.
입사하자 필요한 사무용품을 말하라길래
남들 다 있는 5천원짜리 모니터 받침대를 사달라고 했더니
두꺼운 책을 주며 이걸로 안되겠냐는 걸로 시작해서는
입사때 국민연금, 의료보험부터 한달 늦게 신고하시더니
퇴사때는 한달이나 빨리 신고하시는 통에 애 좀 먹었더랍니다.
더군다나 퇴사때 분명 신고일을 날짜를 찝어서 알려줬는데 그말 한지 이틀후에 신고하는 센스작렬. 덕분에 저는 마지막달은 계약직 직원이었다는...
시작과 끝이 그러한데 3년동안 아무일없이 지냈을리 있었겠습니까.
그동안에도 수차례의 무례함을 저에게 저질렀는데
최종적으로 제가
퇴사를 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도 모잘라
퇴사후 긁어부스럼까지 일으킨 장본인이었습니다.
물론 거기엔 늘 대표라는 사람이 더 큰 원인을 제공한 것이지만
굳이 그녀의 오지랖이 발동하지만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었죠.
어차피 마지막이고 앞으로 만날 일도 없었겠지만
최초이자 마지막 경고를 하기 위해 얼마전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었습니다.
당신의 긁어부스럼은 나에 대해 굉장히 무례하고 잘못한 것이라며
정확히 어떤 것을 잘못한 것인지 정확하게 찝어서 지적을 해줬습니다.
난 충분한 설명을 했고 장황하게 설명한 것도 아니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만 정말 명확하게 찝어서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에 들려온 이야기에 의하면
그녀는 제가 왜 전화를 했으며 어떤 점에 대해서 화를 낸 것인지
전혀 포인트를 모르고 있다 하더군요. 너 뭐니? -_-
살다보면 종종 인연이 꼬이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지만
정말 이렇게 아예 꼬이는 인연도 있는 거구나 싶어
앞으로 만날 일도 없을 그녀라 생각하고 깨끗이 지워버렸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녀를 오늘 포장마차에서 만난 겁니다.
그녀는 아이둘을 데리고 김밥을 먹으러 들어왔고
저와 아내는 막 나가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녀는 포장마차 아주머니와의 대화에 꽂혀 있었고
저는 늘 주변에 관심을 많이 두는 편이라 먼저 그녀를 알아챘더랬죠.
하지만 굳이 인사할 사이도 아닌데다가
와이프가 있는 자리에서 그녀를 아는 척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또한 그녀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데
잔소리를 해댄 퇴사한 전 직장 상사와의 만남이
두 아들과의 아름다운 주말 나들이를 망치게 하는 것일 수도...
사람과 사람 사이는 자석처럼 끌어들여 궁합이 잘 맞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그와는 정 반대로 서로를 밀어낼 수 밖에 없는 인연도 있습니다.
부부간에도 전자의 경우처럼 서로 잘 맞는 사람들끼리 만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는 인연만 아니면 참 좋겠다 싶으면서도
종종 후자의 인연들을 피할 수 없는 곳에서 만나게 되면
당황스럽습니다.
원래 더러운 건 피하면 그만인데 피할 수 없는 곳에서 왜 내가 이런 인연을 만나야 하는 걸까?
그런 인연은 경험상 아무리 좋게 지내려고 하더라도
비누칠이라도 해놓은 것처럼 좀처럼 착 달라붙을 수 없이
계속 어긋나더군요.
하루를 닫는 시점에서 인연에 대한 무거운 이야기를 풀어놓고 갑니다.
이 글은 월요병인 한창 시작할 즈음에 눈에 들어오겠죠?
어차피 월요병으로 헉헉 거리는 김에 이런 어두운 이야기가 더해진다고 해서
더 헉헉 거려질 것 같진 않습니다.
어차피 헉헉 거리는 김에 좀만 더 헉헉 거려주세요. ^^
전 직장에서 생긴 버릇인데
일요일 새벽만 되면 잠을 못자고 일을 하다가 잡니다.
컴퓨터를 켜지 말았어야 했는데 3년간의 버릇을 4개월이나 지났는데 쉽게 떼질 못하네요. 여전히 회사에서 전화를 받을 때마다 순간 모르게 이직한 회사의 이름말고 전 직장의 이름이 입가에서 맴돌기도 합니다.
2015년을 2016년이라고 쓸 때에는 겨우 하루이틀 밖에 걸리지 않았었는데...
몸에 베인 것들을 버리는 것에는 대체 무슨 규칙이 있는 건지...
4월 11일 월요병에 가장 최적의 약은
맛점과 칼퇴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2가지 묘약을 꼭 잊지 마소서.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여기까지 잘 읽으시는 분은 복받으실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