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없이 바보
여름이 되면 사람은 옷을 벗지만
여름이 되면 나무는 옷을 한가득 입어댑니다.
겨울이 되면 사람은 옷을 잔뜩 입어대지만
겨울이 되면 나무는 옷을 홀라당 발가벗습니다.
사람은 자연을 지배하려 하고
나무는 자연입니다.
사람이 자연을 지배하려고 하는 것은 자연에 대한 컴플렉스이며 나약한 존재라는 걸 증명하는 것이고, 나무는 자연 그 자체이며 사람의 손길만 타지 않는다면 수백년 수천년을 살며 자연의 중심이 됩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배경이 되었다던 일본의 야쿠시마 라는 섬이 있습니다. 보통 삼나무의 수명이 5백년이라는데 이 섬에는 1,000년이나 넘은 나무가 많이 산답니다. 최고령 나무가 7,200 년이 된 것도 있다하니 완전 신급입니다. 등산을 하는데 수시간이 걸린다하니 산이 오를 수 있을 때 한번 가보는 게 소원입니다.
산을 싫어하시는 마나님은 떼어놓고 한 번 다녀올까도 싶은데 그래도 통역이 되는 마나님을 동반해서 등에 짊어지고라도 다녀올까 싶네요. 그럴려면 제 부실체력을 튼튼체력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소원은 그냥 소원으로 남을 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포기하는 걸로.
일본이란 나라는 그 쬐끄만한 땅에 없는 것 없이 모든 걸 줬는데도 참 욕심많은 나라입니다. 아마도 내가 가진 것에 대해 그들 스스로는 잘 모르는 듯 합니다.
저는 전북 진안 태생입니다. 그곳에는 마이산이 있어서 초등학교 때 소풍이라도 갈라치면 꼭 1~2년에 한번은 가게 되는 곳이라 정말 그냥 그랬습니다. 그다지 가고 싶지 않던 곳이었죠. 가까이 있으니까 그냥 언제든 볼 수 있으니까 소홀해지는 것들. 괜히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요상한 심리. 그런 집단최면이 사람들 모두에게 걸려버린 건 아닐까도 싶습니다.
흠,
냉동고에 가득 쌓인 음식을 놔두고 자꾸 밖에서 뭔가를 사오는 것도 비슷한 심리일까요? ^^;; 좀 얹어 가겠습니다.
한참 피로를 덜기 위해 잠을 자라고 자연이 만들어준 이 어두운 밤 시간에
잠을 못자고 헤매는 사람들은 어쩌면 자연에 지배당하는 걸 두려워하는
나약한 사람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성이 본능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이 감성에 지배당하기 싫어 잠을 못자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감성을 지배하려고 잠을 못자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시간이 되면 머리가 더 산만하게 복잡해지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별의별 생각을 다 하다가도
환한 아침이 오고
출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하고
밥을 먹으면서 지금 이 시간에 한 산만한 생각들은 다 잊어먹을 거면서.
이런 나를 잘 이해해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를 때가 많은데
이런 나를 잘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나를 만든 조물주가 사람으로 환생한 건지도 모를 일.
그런 그를 홀대했다가는 분명 지옥에 가게 될거야.
그런데 참 다행입니다.
그런 사람을 아직까지 만나지 못했다는 건
최소한 제가 지옥으로 떨어질 확률이 조금은 낮아진다는 것일 테니까요.
2시간 전에는 분명 잠을 자려고 그랬습니다.
낮에 이마에 난 여드름 때문에 처방을 받았을 때도 분명 어여쁜 약사님아도 약에 약간의 졸음 성분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벌써 새벽 2:22 을 지나고 있습니다.
약을 잘못 받아온 건 아닌지 물어봐야 하려나?
어째 더 말똥말똥해지는 걸까요?
지배하고픈 것도 없는데,
포기도 빨라서 욕심도 그닥 없는데.
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