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곰

곰세마리가한집에있어

by 생각하는냥

새벽 1시가 조금 넘었던 시간이었다.

원래는 1시간 정도만 있다가 잘 생각이었다.

밴드에 글을 올리고 나서 이런 저런 시간죽이기 놀이들에 집중하며 혹은 멍때리다가

이제 막 잠을 자러 가려는데 뭔가 미련이 남아 몹쓸 손가락이 탈선을 하고 말았다.

그때부터 가슴 두근거릴 일이 터져버렸다.

가슴이 두근거릴 일의 원인은 너무나 좋거나 혹은 너무나 나쁘거나.

나의 경우는 불행히도 후자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순간

안에 숨어 있던 것들이 쏟아져 나와 사람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던 것처럼

순식간에 겉잡을 수 없이 머리와 가슴이 뒤흔들렸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지극히 소심한 A형치고는 엄청 빠르게 회복이 되었다.

혼란스러웠던 처음과는 달리 거의 진정이 되었다.

뭐, 이런 저런 일들이야 이미 충분히 단련되어 있는 나이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이 없어진 노인네처럼 정신은 새벽을 질주하고 있었다.

새벽 6시가 넘어서 억지로 잠을 청해봤는데 각성제라도 먹은 것처럼 정신이 너무도 말똥말똥거렸다.

눈을 감아도 세상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어쩌면 이러다가 제3의 눈이 이마를 뚫고 튀어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하루 4시간 이하로 자면 알츠하이머에 취약해진다던데 잃어버릴 게 없어서 잠을 잃어버리나.


오전 11시.

여전히 잠은 오지 않는다. 다행이다. 대표님 입장에서도 내 입장에서도 참 다행이다.

잠이 올 때 잠을 자지 못하는 건 고문 중에서도 난이도 상급에 속하는 거니까 잠이 오지 않는 건 참 다행이다.

커피 하나를 충전하기는 했으나 금새 방전될 듯 싶어 조만간 커피 하나를 더 충전할 생각이다.



"무슨 생각해?"


"아무것도."


"그래?"


"....."


"그럼 잘 지내."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려는 그의 손가락 하나를 살포시 잡고는 나지막한 톤으로 말했다.


"싫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냥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이 되는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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