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00일 비건

100일 동안 비건으로 살기로 결심했다(1)

나는 왜 비건을 지향하게 됐나

by 나타미

'역시 비건은 힙해.'


SNS에서 핫한 젊은 작가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비건 밥상'이라며 공유한 한 장의 사진을 보며 생각했다. 역시 비건은 힙하다. 젊은 독자들이 열광하는 젊은 작가가 하는 것이라 그런지 왠지 멋있어 보였다. 글 하나, 사진 하나도 기깔나게 올리는 사람이 비건을 하니 그조차 힙해 보였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접하는 비건들은 내 주변 사람들이 아닌 모두 인스타그램 속 사람들이었다. 인스타그램 속 비건들은 환경과 인권, 사회 문제 등에 주로 관심을 보였다. 이 보수적인 사회 속에서 한 발짝 앞서 나가는 그들이 힙하고 멋있어 보였다. 또 코로나로 환경 문제가 다시 한번 대두되면서 비건까지 자연스레 하나의 트렌드처럼 싹을 피워가고 있는 지금, 비건들이 트렌드세터처럼도 보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배달 삼겹살을 시켜 먹으며, 기름으로 배를 채우고 플라스틱을 재활용 쓰레기통에 넣으면서 저 멀리 사는 그들이 대단하다고만 생각했다. 이 맛있는 고기를 포기하고 사는 비건들이 나에게는 거의 수도승이나 다를 바 없었다.


한편으론 궁금했다.


왜 비건은 비건이 되었을까?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왜 스스로에게 힘듦을 하나 추가하는 걸까? 그것도 채식을 한다면 엄청난 오지랖을 감당해야 하는 이 나라에서. 비건에 관련된 기사나 SNS 댓글에는 온갖 비아냥부터 입에 담지 못할 욕설까지 쏟아지는 사회에서 동물권 운동을 하고, 채식을 이어가는 그들이 궁금했다. 그리고 그들의 이유가 궁금했다.


넷플릭스, 알라딘, 인스타그램, 유튜브에 '비건'을 검색했다. 정보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다가왔다. 일부는 아는 세상이었고, 일부는 전혀 알지 못하는 세상이었고, 또 일부는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있는 세상이었다.


내 입에 고기 한 점이 들어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살육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얼마나 잔인한지는 상식적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잔인하다는 것 외에는 자세히 아는 것이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내 혀의 쾌락을 위해 그 정도의 잔인함은 쉽게 모른 척할 수 있었다. 나는 상상을 멈추었고, 진실을 바라보기를 포기하며 살아왔다. 고기는 내 눈 앞에서 피를 흘리지 않고, 도축 현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 멀리 조용히 일어난다. 고기는 생명이 아니라 고기일 뿐이었다. 지구의 지배자가 인간인걸 당연시 여겼고, 피라미드 꼭대기 위에서 아래 생명들을 잡아먹는 것에 한 번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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