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가난

by 나타미

적당히 아끼고, 적당히 먹고, 적당히 놀고 지내서 그녀는 자신의 집안의 가난을 잊었었다. 그녀에게는 동생이 2명 있었고, 아버지의 벌이는 항상 빠듯했다. 사단은 그녀가 한 달간 어디 좀 갔다 오겠다고 말했던 것에서 시작됐다. 그녀는 부모가 혼자 떠나는 것은 위험하지 않느냐, 학교는 어떡하느냐 하는 걱정들은 들을 수 있는 만큼 들어주고 그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가 돈 얘기를 꺼냈을 때, 그녀는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내 돈으로 간다니까"
"단순히 네가 네 돈으로 간다는 문제가 아니다"


그녀의 아버지가 반 평생 동안 지고 살았던 마음의 짐을 그녀는 또다시 발견했고, 그것이 죄스럽고 또 죄스러웠다. 죄책감은 단순히 그녀의 것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대학에서 아르바이트를 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딱히 불만은 없었다. 작지만 용돈도 받았고, 알바비도 보태서 사는 것이 당연한 대학생의 삶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자신이 넉넉히 지원해 주지 못해, 그녀가 계속 알바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식들은 부모에게, 부모는 자식들에게 죄인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대학을 다니고 있는, 또 가야 하는 자식들, 건강이 좋지 않은 자신의 부모님까지 안고 있었다.


그녀는 억울했다. 등록금도 월세도 그녀가 할 수 있는 한에서 해결해 왔다. 장학금을 받거나, 청년 주택 같은 복잡한 혜택을 알아와서 말이다. 계속해서 죄인이 되어가는 상황을 그녀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말했다. 내가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마다, 돈을 이유로 막지 말라고 말이다.


"나만 이기적인 사람 만들지 마. 내가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는데? 내가 돈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아빠가 그런 말 할 때마다 내가 얼마나 죄책감 느끼는지 알아?"


그녀의 아버지는 미안하다고 했다. 어른이 자신이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다시는 그렇게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녀도 미안했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자겠다고 하고 그녀는 말을 끊었다. 그녀는 여행이 가기 싫어졌다. 가기도 전에 질려 버렸다. 서로가 서로에게 미안할 수밖에 없는 집구석이 지긋지긋했다. 잘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모두가 잘못한 사람이 되었다.


그녀는 다시 한번 자기는 자식을 낳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아버지, 걱정 마세요. 이 가난은 저에게서 끝입니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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