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행복점이 낮은 사람이었다. 좋다, 재밌다, 행복하다는 말을 참 쉽게 하는 사람이었다.
다시 태어나서 살 수 있다면 다시 살고 싶어?
사는 기회가 몇 번이고 주어진다면 삶을 계속 살고 싶어?
응, 난 백 번이면 백 번 다시 살고 싶어.
난 사는 게 좋아.
사는 게 좋다고 말하는 너를 질투했다. 너는 어떻게 태어났길래 사는 게 그렇게 좋은 건데? 같은 사람인데 왜 너만 사는 게 좋은 건데?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마실 맥주와 영화 한 편만 있으면 행복하다고?
우린 다른 곳에 살고 있었다. 내 감정을 이해받지 못할까 두려웠다. 너는 내가 없어도 잘 살거라 확신했다.
네가 사랑한다 말해도 내 우울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침대에 엎드려 꺼져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나 우울해"
"왜?"
"몰라, 가끔 그래."
"가끔 안 우울한 사람이 어딨겠어."
난 입을 다물었다.
너는 삶을 긍정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나도 가끔은 그 곁에서 흘러나오는 행복을 맛봤다.
어떤 삶을 살던 너는 나보다 잘 살 것이다. 사는 건 한 번으로 족하다 생각하는 나는 몇 번이고 다시 살고 싶다는 너에게 평생 질 수밖에 없다. 너는 나보다 행복한 삶을 살겠지.
너는 청춘의 시간을 청춘답게 보내고 있었고, 나는 방구석에서 청춘의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한 칸짜리 어두운 방에서 너와 보냈던 시간, 그리고 다르게 흘러가는 너와 나의 시간을 생각하며 한 가지만을 바랐다.
건강해지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