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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타미 Aug 18. 2020

손금과 손금이 맞닿는 것


손금과 손금이 맞닿았다
지문과 지문이 얽혔다
그는 복통을 호소했고 나는 다리를 절뚝였다



안개 같은 친구는 내 손을 보고
잔주름이 많아 고생할 것이며
앞으로 다섯 명을 더 만날 것이라 했다



나와 상대의 시선은
완만한 평지를 이루었다
인연이 들어왔다 나가는 손
상대의 과거와 미래가 궁금했다
미래에서 현재가 되어 곧 과거가 될 것을 알고 있으니
창밖 초록 것들을 보고 있는 것인지 유리 틈을 보고 있는 것인지



머무는 동행자들에겐 손아귀의 힘이 필요하다
선택 앞에 막연한 것을 바라보는 선택자들
그들 가락과 가락 사이는 식물과 같아
잎사귀는 겨울나무가 될 것이다



그의 생명선은 어디까지 이어져있을까
그의 운명선은 어느 모양으로 패여있을까
어떤 얕은 강들을 따라왔길래
잠시의 웅덩이를 이루는 것일까



손금과 손금이 맞닿아
잠시의 갈래길이 생겼다
등의 방향은 일정하고
걸음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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