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시트러스 향이다
빈 땅에 자국을 남기며 나아가는 이들
얼굴은 반쯤 어둠을 먹고
우울 또한 필수조건처럼 갖추고 있지만
살아있는 그들 물을 주면 다음날
해를 향해 손을 뻗어가는 거대한 잎사귀
예술을 하다 예술 그 자체가 되어버린
흔치 않은 표정과 다르게 빚은 이목구비
예술가들의 예술 같은 걸작의 얼굴
사랑과 호기심의 눈들이 고개를 기울인다
무엇을 먹나 무엇을 입나 무엇을 말하나 무엇을 쓰나 무엇을 그리나
예술을 먹고 예술을 입고 예술을 말하고 예술을 쓰고 예술을 그린다
나는
그들의 글로
숨을 고르고
자리에서 박차 일어나고
발음하지 않던 단어를 읊조리고
새 문장을 쓰고
삶의 생동감을 얻어
마침내 살아나고 살아간다
나는 사랑하고 사랑한다
나는
그들의 글로
입 안의 살점을 깨물고
무릎에 피멍이 들고
책더미를 지나치고
살갗의 보푸라기를 쥐어뜯고
울먹여 목이 메이고
기대하지 않는 아침을 맞이하며
마침내 죽어가고 죽어간다
나는 증오하고 증오한다
지금 앞에서
또한 사랑하고 증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