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를 먹고 속이 허한 새벽 다음 날
아킬레스건이 아기 궁둥이 같이 보송한 이불 위를 스친다
몹시 가는 실로 엮어진 도톰한 이불
가볍게 짓누르는 무게의 이불
왼쪽 오른쪽으로 발목을 움직이며 이불 위 문양을 새긴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고양이 털 같은 이불
살고 싶어 지는 날씨를 닮은 이불
아킬레스건이 하찮은 부드러움에 움퍽 빠져든다
입으로 들어간 허무는 발목으로 나온다
아킬레스건은 이불을 마구 어지럽힌다
이불과 닿는 감촉이 살아있는 이유 같다
발목은 이불속 길을 잃는다
부드러운 헤맴을 느끼는 것
태어난 이유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