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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타미 Jan 29. 2021

사소한 기억, 아킬레스건


허무를 먹고 속이 허한 새벽 다음 날


아킬레스건이 아기 궁둥이 같이 보송한 이불 위를 스친다


몹시 가는 실로 엮어진 도톰한 이불


가볍게 짓누르는 무게의 이불


왼쪽 오른쪽으로 발목을 움직이며 이불 위 문양을 새긴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고양이 털 같은 이불


살고 싶어 지는 날씨를 닮은 이불


아킬레스건이 하찮은 부드러움에 움퍽 빠져든다


입으로 들어간 허무는 발목으로 나온다


아킬레스건은 이불을 마구 어지럽힌다


이불과 닿는 감촉이 살아있는 이유 같다


발목은 이불속 길을 잃는다


부드러운 헤맴을 느끼는 것


태어난 이유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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