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왜 해야 할까
나이 들면 여기저기 아프다는 말 정도는 다들 들어 봤을 거다. 핑계라고 치부했었다. 힘든 척하면서 뭐 시키면 안하려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20대까지는 정말로 그랬다. 아니,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어깨가 아프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오른쪽 어깨가. 당황스러웠다. 왜 그냥 옷을 갈아입는데 어깨가 아프지.
본업이 의사면서 일단 무시했다. 친구들이 어디 아프다고 하면 무조건 병원 가라고 하는 주제에 그랬다. 지나면 좋아지겠지 하면서 견디고 버텼다.
사실 알고 있었다. 그냥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 정도는. 당연히 좋아지는 일은 없었고 결국, 병원에 가봐야만 했다.
-너, 이거 기본적으로 자세가 너무 안좋아. 근력이 부족해서 등이 버티질 못하는데? 운동 좀 해야겠다. 이러다 일찍 간다, 너. 차라리 이번에 아파서 와서 다행이네.
친구가 의사면 여러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기 마련이었다. 친구 녀석은 보통 환자에게라면 하지 않을 말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상처 받았다. 일찍 간다니. 아직 30대 중반인데.
하지만 거울을 통해 벗은 몸을 보니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가긴 했다. 일단 자세가 개판이었다. 양쪽 어깨는 대칭을 이루어야 하지 않나? 왜 이렇게 삐뚜룸하지? 그리고 어깨가 왜 이렇게 앞으로 말렸을까. 이래서야 당연히 관절이 낑겨서 아플 수밖에 없을 거 같았다. 이제서야 알게 된게 이상할 정도로 이상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사실 통증 말고도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는 많다.
우선 30대에 쌓아둔 근육은 마치 은행에 저축된 예금처럼 평생에 걸쳐 건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냥 오래 사는 것과는 크게 상관이 없을 수 있다. 흔히 유전자가 모든 걸 결정한다고 하면서 게으름 피우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그런 이들이 주로 쓰는 논리인데, 아쉽게도 건강하게 사는 것에는 근육량이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즉 건강 수명에는 근육량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우울증에도 효과가 있다는 얘기가 있다. 이렇게 말하면 꼭 질환이 있어야 도움이 될 거 같은데, 그냥 전반적인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딱히 논문을 찾아볼 필요는 없을 거다. 땀나게 달리고 나면 느낄 수 있는 상쾌한 기분은 따로 증명이 필요하지 않은 감정의 변화니까.
그외에 관절의 건강이나 각종 성인병 예방 등등. 지금까지 운동을 하지 않았던 의사가 입에 담기에는 좀 민망하긴 한데, 하여간 엄청난 유익이 있다.
그래서 운동을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