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를 걷는 사람

-- 조직의 쓴 맛

by NakedGod

우주 같은 바다에 지구처럼 점만 한 종이배가 흔들거리는데. 나는 왜 장난감 배 안에 갇혀있는지 나는 예수같이 물 위를 걸을 수 있단 말이다 나에게는 배가 필요 없는데 아마도 배 모양이 그女를 닮아서 올라탔는지…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시오? 바다가 넓군요 너무 넓어서 배가 필요하겠지요 물 위를 걸을 수 있다면, 배가 필요할까요? 물 위를 걸을 수 있다 해도, 어떻게 이 큰 바다를 건널 수 있겠소? 당신 목적지는 어디입니까?

그렇구나. 내가 이 배를 떠나서 혼자서 어디로 간단 말인가? 내가 새같이 날 수 있다면 몰라도 걸어서 이 바다를… 선장은 이 배가 어디로 가는지 알 것 같아서 타긴 했지만 수십 년을 항해 했지만, 마냥 바다 뿐이 아닌가? 목적지가 있기는 한가?

이 배는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왜 알려고 하시오? 이 배에 타고 있으면, 목적지에 도달합니다 마음 편히 가지시오 이렇게 넓은 바다나 보고 있으면, 공연히 불안해지는 법이오 당신은 이 배가 어디로 가는지 아시오? 선장이 모르면 누가 알겠소?


배가 출발할 때 이미 목적지를 밝힌 걸로 아는데요 그 목적지라는 곳이 존재하기는 한 겁니까? 내가 거짓말이라도 한단 말이오? 당신은 그곳에 가 봤습니까? 가 보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항해도에 나와 있지 않나요? 이 항해도를 믿지 못하면 어떻게 배를 바다에 띄우겠습니까?


배가 침몰하면 어떻게 됩니까? 공연히 쓸데없는 걱정을 하네요. 이 배는 침몰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많은 폭풍우를 견뎌오지 않았소? 당신은 물 위를 걸을 수 있습니까? 그것이 무슨 상관이오? 어차피 우리는 배가 필요하오 이 배는 너무 좁긴 하지만 바다는 너무 넓지요

바다가 너무 넓다고? 이 숨 막히는 좁은 배에 갇혀있느니보다는 차라리 망망대해에서 방황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헛된 희망 하에 이런 곳에 갇혀있는 사람들에게 바다는 너무 넓을 것이다. 그러나 물 위를 걸을 수 있는 내가 왜 여기 붙어 있는가?


나는 소리 지르지만 그 소리는 그냥 내 몸에서 맴돈다 선장은 고개를 흔들며 가 버리고 나는 몇몇 사람에게 속삭인다 나는 물 위를 걸을 수 있습니다 당신도 물 위를 걸을 수 있습니다 나는 이렇게 미친 사람이 되고 그래 바다에 던져지기 전에 나 스스로 바다에 뛰어내린다


물위에 서서 멀어지는 배를 바라보는 나 파티가 있는지 불빛은 휘황찬란하고 음악 소리는 내 귀에까지 날아오고 화가가 그린 내 등은 쓸쓸해 보이는데 나는 외롭지 않거든 그러나 배를 닮은 그女가 생각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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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쓴 맛’이라는 말이 있듯이, 조직이 울타리를 만들어 주며 보호를 해주지만, 때로는 조직의 이름으로 조직원을 억압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원래 혼자 있기를 즐기며, 조직이나 단체를 몹시 싫어하는 나는 한 곳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뛰쳐나오는 것이 버릇이 된 것일까, 온갖 이유와 핑계를 대고, 조직의 쓴 맛을 견디지 못하고, 조직이 필요 없다고 아우성치며, 홀로 떠돌아 다닌다. 그런데, 왜 애초에 조직에는 들어간 것일까? 그녀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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