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중독 3

-- 인생은 막장 드라마

by NakedGod

아무 이유 없이

아무 대책 없이

아니 그럴 듯한 이유를 돌무덤처럼 쌓아놓고

아니 멋있어 보이는 대책 단 하나 가슴에 품고

城을 나온다


시원 섭섭하지 않고

그냥 시원하다고 한다

그러나 우울하다

어떤 이야기를 쓰려고 하나

어떤 드라마를 전개하려고

들어오자마자 出口를 찾고 있었을까


소돔같이 城이 멸망하는 것이 아니니

뒤돌아봐도 소금 기둥은 안 되겠지만

되돌아보지 않으련다

어느 날 갑자기 성문을 박차고

쌓이고 쌓인 추억과 함께 그女들을 버리고

人間들 속으로 사라지는

男子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女의 표정을 城은 닮았을까


시청율을 높이기 위한

절박한 노력일지 모르지만

城은 나 없이도 번성할 것이고

내 이름은 거리에 밟혀 잊혀질 것이니

되돌아보려는 유혹을 극복하고

롯같이 동굴에 처박혀1

새로운 막장 드라마를 써 보련다



1: 창세기 19,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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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드라마 홍수의 시대에 살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드라마 하나 보기 위해 해적판을 구하러 인터넷을 뒤지곤 했었는데, 요즈음은 스트리밍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나 보고 싶은 드라마는 얼마 안 되는 돈으로 마음껏 볼 수 있다. 또한 드라마도 너무 많이 만들어 드라마 잡화상을 방불케 한다. 그래서, 드리마 시리즈 1회를 보고 별 재미없으면 중단하고, 다음 드라마를 찾는 것이 일상이 됐다. 웬 만큼 흥미 없으면 한 드라마를 끝까지 보지 않는다. 별 재미없는 드라마 힘들게 구해 서 즐겁게 보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이렇게 드라마가 넘쳐나니, 중독에 걸린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하루 종일 드라마에 빠져 지내는 것도 물론 중독이지만, 드라마와 자신의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망상을 하는 것도 중독이며, 심하면 드라마 같은 상황을 실제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 시인도 혹시 어느 재벌 회장의 내연녀가 낳은 아들이 아닐까 꿈꿔 보기도 하고, 뉴스에 오르내리는 유명한 여자 배우나 화가나 음악가와 사랑을 하는 상상도 해 본다. 이 연재도 일종의 드라마 중독에서 나온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하긴 예술가는 삶의 드라마에 중독되어 드라마를 그림으로 음악으로 또는 글로 재현하는 사람이 아니겠는가?! 이 시의 제목이 ‘드라마 중독 3’인 것은 ‘드라마 중독’이라는 시를 시인이 이미 두 편 더 썼기 때문이다. 시인도 드라마에 중독된 것이 확실해 보인다. 아무도 나가라 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성을 나와 방랑자가 된 것이 이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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