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람이 75세에
자신의 뿌리를 뽑아
새로운 땅에 내린 것처럼
내 뿌리가 흔들리는 것은
나도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것일까
30여 년을 맑은 지하수를 찾아
내려가던 뿌리가 바위를 만나
더는 깊이 내려갈 수 없으니
스스로 뿌리를 뽑아
땅이 아닌 하늘에서
밝은 生命水를 빨아들이고 싶은지
아브라함보다 젊은 나이에 알았다
나는 뿌리가 없다는 것을
뿌리가 없어도 나무라는 것을
내가 부딪힌 바위는 까마귀였는지도
어쩐지 뿌리 뽑기가 너무 쉽더라니
이제는 지나가는 독수리의 다리에 매달려
올라가 올라가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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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없는 나무가 있다는 사실을 시인이 안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나무는 땅에만 박혀서 사는 줄 알았는데, 나른 나무에 붙어서 공중에서 영양분을 흡수에서 사는 나무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조금은 충격을 받았다고 할까. ‘명색이 시인이 그 것도 몰라? 당신은 상식이 없어.’ 라는 아내의 핀잔을 들어도 할 말은 없다. 그야말로 명색이 시인이지만 이름 아는 꽃이나 나무는 손 꼽을 정도이고 보고 이름을 맞출 수 있는 꽃이나 나무는 거의 없는데, 어떻게 뿌리 없는 나무를 알겠는가. 상식은 부족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명색이 시인이라 상상력은 제법 쓸만해서, 인간이 땅에 붙어 살지만, 혹시 뿌리 없는 나무처럼 시인은 공중에 붕 떠서 살지 않는가 상상해 보았다. 한 곳에 오래 있지 못하는 방랑벽에 대한 시적인 표현이라고 보아도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