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를 틀고 있을 때는
빈 발 빈털터리 였는데
둥지를 버리고 떠나는데
발에 줄줄이 달려있는 칡 넝쿨
왜 빨리 높이 날지 못하는지
왜 둥지가 멀어지지 않는지
이래서 둥지를 틀지 말아야
철새같이 발 털어버리고 몸만 떠나야
하지만 나는 새가 아니고
神이기에 적어도 人間이기에
둥지 뜯어 발에 칭칭 감아놓고
마음만 새가 되어 저 높이 저 멀리
머리 둘 곳 없는 떠돌이지만
인류 구원을 어깨에 매고 다니는
예수같이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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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이 절이 싫어서 나올 때는, 절의 모든 먼지를 털어버리고 빈 손으로 깨끗하게 나와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가 못한 듯 하다. 하기는 자신의 삶을 다 바친 절에 비록 싫어할 만한 이유가 있어서 떠나긴 하지만, 절에서 보냈던 그 삶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으리라. 그 스님은 절 밖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자꾸 절 방향으로 몸을 돌리는 것은, 절을 나온 이유가 이제 와서 보면 그저 사소한 것이며 그 때 당시의 감정에 치우친 결정이 아닐까 하는 조금은 아쉬운 생각이 들어서 일지도 모른다. 스님은, ‘시실 나올 필요는 없었는데, 나오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지도..’ 라고 되새김을 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다시 절에 돌아가는 일은 없다. 절에도 삶이 있고, 절 밖에도 삶이 있으니까. 스님이 자신의 결정을 존중하여 그 절을 잊어 버리기 좋은 방법은 새로운 절을 세우는 것인데, 무슨 종교 개혁자도 아니고 절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암자를 지어 혼자 지냄을 선택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