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없는 나무

-- 스페인 이끼

by NakedGod
Spanish Moss.jpg

뿌리 없는 나무


나무는 뿌리가 있어야 나무인 줄 알았다

나무는 흙을 먹어야만 자라는 줄 알았다


사바나는 조지아 땅에 뿌리내리며 살았다

사바나 江 물을 마시며 하늘을 향해 커왔다


스페인 이끼가 스페인하고 아무 관계도 없고

스페인 이끼가 이끼 하고도 관계가 없듯이


조지아주와 영국 王 조지 2세는 그냥 역사

사바나와 아프리카의 사바나는 그저 비슷한 발음


스페인 이끼가 공기와 비에서 에너지를

얻어 땅을 흙을 내려다보며 자라듯이


사바나는 태평양을 건너온 작은 巨人의

힘을 받아 조지아 땅을 흙을 향해 자란다


아! 그러나 스페인 이끼는 작은 꽃을 피우지만

조지아 사바나는 크고 찬란한 꽃을 피우리라


이 世上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오로지 天上의 은총만으로 巨大한 나무가 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운 예수가 생각나는 것은 어지러운 이 世上이 주는 환각일까 착각일까 아니면 그저 詩人의 과대망상에서 나온 과장법일까 그냥 종교적인 망상…일지도 아니


신비한 식물 스페인 이끼 신비한 도시 사바나가 주는

이 世上에 뿌리를 내리지 말라는 진리의 말씀이라고 믿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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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0여년 전 사바나를 처음 방문했을 때, 거의 모든 나무에 이상한 것이 달려있는 것을 보고 자못 놀란 기억이 난다. 유령을 보는 듯한 으스스한 기분도 났는데, 나무가 병든 것이라는 아내의 말을 그냥 믿기는 했는데 (마누라의 말은 다 믿어야 한다..ㅠㅠ), 도대체 사바나가 어떤 도시길래 나무가 거의 전부 병이 들었나 기이하게 생각한 기억이 있다. 한 동안 잊고 있다가, 요 근래 사바나를 다시 방문하면서, 이것이 병이 아니라 스페인 이끼(Spanish moss)라는 뿌리 없이 다른 나무에 달려 생존하는 식물이라는 것을 알았다. 시인의 아내는 스페인 이끼가 애틀랜타에서는 비싸다고 사바나 길가에 떨어진 이 나무를 주워 와서는 집에 걸어두곤 했는데, 꼭 유령을 보는 듯 으스스해서 지금은 다 없애 버렸다. 다시 사바나를 방문하면, 아니기를 바라지만, 또 주워 올지도 모르겠다.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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