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다리 트라우마
타이비 아일랜드 들어가는 入口에
악어 식당이 있다
악어들이 우글거리는 곳 그러나
악어가 식당 주인이 아닌 듯
(주인을 만난 적은 없지만)
악어가 주방장이 아닐 것이다
(몰라 주방에 들어가 본 적이 없으니)
악어는 종업원 중에 보이지 않는다
(악어를 닮은 웨이트리스가 있긴 하다)
악어 고기가 메뉴에 없다
(악어와 관계없는 레스토랑에서 악어 고기를 한 점 먹었었는데)
이 식당 악어들은 왜 존재할까
악어 식당에서
게으른 내가
게 다리를 보며
애꿎은 소시지 옥수수 새우 감자로 배를 채운다
인건비도 안 나온다고 불평하는 나에게
그녀는 가끔 게 다리 살을 건넨다.
몰라 人生이 별거냐
다음에는 나도 인건비 계산 안 하고
게 다리를 스스로 뜯어보려고 한다.
이 식당에 왜
악어들이 어슬렁거리는지 알겠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게 다리뿐이 아닐 테니까
사바나는 이렇게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을 보여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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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게으르다. 시인은 우아하게 살고 싶다. 그래서 시인은 손으로 껍질을 벗기거나 뜯어 먹여야 하는 음식은 먹지 않았다. 특히 게다리는 아내가 뜯어 주는 살 외에는 스스로 짤라 먹은 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인의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싱싱한 게다리를 대접했는데, 시인은 물론 손도 대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나 맛있었든지 사람들은 열심히 먹으면서 집 주인이 게다리를 건드리지도 않은 것을 아무도 모르는 듯 했다. 더군다나 시인의 아내도 먹지 않고 구경만 하는 남편을 거들떠도 안 보고 열심히 먹고 있었다. 시인은 그날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는 말의 의미를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가슴 아픈 체험에도 시인은 게다리를 스스로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런 시인의 고집이 드디어 꺾인 날이 왔다. 시인과 아내는 한 지인의 집에 초대를 받았는데, 그날의 메뉴는 게다리였다. 음식 중의 하나가 아니라, 게다리가 유일한 음식이었다. 어떻게 음식 하나만 가지고 손님을 초대할 수 있는지를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리를 안 먹는다면 초대한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고, 마누라가 까주는 것만 먹는 것도 별로 보기 좋은 광경이 아닐 것이었다. 더군다나 게다리를 안 먹는다면 한 끼를 굶어야 한다는 생존의 문제가 걸려있어, 시인은 할 수 없이 게다리를 스스로 짤라 먹었다. 이렇게 시인은 게다리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그 때부터 게다리를 우아하게 뜯어먹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