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속에서 놀던 때가

by NakedGod

풀밭을 떠난 지가 몇 光年은 된 듯한데

詩人에겐 아직도 놀던 풀밭이 보인다


요나가 동쪽에 앉아 니네베를 보듯

언덕에 앉아 푸른 초원을 내려다보니

익숙한 양 한 마리 눈에 뜨인다


나그네를 풀밭에 끌고 온 양

풀밭에서 뛰어놀게 해 준 양

수많은 詩를 읊게 해 준 양


그때는 몰랐지 귀찮기도 했고

지금 보니 제법 통통한 양이었는데


방랑자의 다리에 벌써 쥐가 나는지

아니면 텅 빈 배를 채우려는지

그 속에서 놀던 때를 그리워하는지

살찐 양을 아직 만나지 못했는지


양이 없으면 못 사는 늑대

역마살을 이기지 못하여

길게 울부짖으며 풀밭을 떠났지만

꿈속에는 더 푸른 초원이 기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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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시인은 시 ‘귀천(歸天)’에서 이 험난한 세상 삶을 소풍 온 것으로 읊었는데, 나름대로 파란만장하다고 주장하지만 운 좋게 비교적 안락한 삶을 살아온 이 시인은 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지, 놀 줄을 모른다.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 부르는 파티 장소에서도 구석에 혼자 처박혀, 이 세상의 모든 고뇌를 짊어진 메시아의 표정으로 탈혼 상태가 되곤 한다. 스스로 늑대라고 부르면서도 푸른 통통한 양들이 한가롭게 노는 풀밭에서도 같이 놀지 못하고, 저 높은 곳을 보고 울부짖으니, 아마도 이 시인은 양을 노래하지만 양은 소재일 뿐 다른 것을 찾는 듯한데, 그 다른 것이 무엇인지 시인도 잘 몰라서 그 다른 것을 찾아 떠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생이 별건가? 삶에 다른 별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인데, 늑대는 눈 앞에 있는 맛있는 양을 즐기지 못하고 빈 하늘을 보고 울부짖고 있는지. 애처롭다. 그러나 어찌하랴 생긴 대로 살아야지. 그러나 그 누가 알겠나. 양만 노리고 사는 자신이 서러워서 우는 것인지도. 오이디푸스 왕을 흉내내 방황하고 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