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바닷속에 들어갔다가
빈손으로 올라왔다
보물이 어디 있느냐?
묻는 이에게
빈 등을 보여 주었지
보물이 여기 있다오
사람들 비웃고
헛수고했다고 말하지만
나는 안다
보물을 건졌다는 것
내가 끼고 있던 보물을
내가 지고 다니던 짐을
어깨에 매달려 있던 원숭이를
바다 바닥에 던져버리고
나는 내가 아닌 나가 되어
방랑을 가볍게 할 수 있겠다
나는 나 없는 내가 되어
예쁜 꽃들을 무심히 지나가겠네
혼자 떠돌아다닌다며 웬 사람들?
꽃이 예뻐 보이는 모양
공연히 죄 없는 원숭이만...
왜 하필 바닷속에...
이 詩를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몰라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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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항상 ‘나는 나’를 주장하면 살아왔고, 친구들도 ‘너는 너’ 구나 했는데, 어느 날 책에서 ‘나는 나’라고 말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문장을 대하고 충격에 빠진 적이 있다. ‘나는 나’라는 말은 자존감의 극치를 보여주는 힘찬 말이라고 믿어왔던 시인에게 자존감이 없다는 말은 자신의 삶에 지진을 일으키는 효과를 주었다고 하겠다. 그러나, 지진 났다고 사람이 죽는 것은 아니라 솟아날 구멍을 찾아 시인 자신을 돌아보니, ‘나는 나’라는 말은 자기 비하를 감추는 방어 기재일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도달했는데, ‘자기 비하’라는 절망적인 상태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감이 없음과 동시에 자존심이 너무 강해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해 보면서, 한 곳에 오래 있지 못하는 역마살도 자존심의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지만, 시인이 심리학자가 아니라 분석은 포기하고 그냥 버릇대로 시나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