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끝없이 보이는 길에
끝이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그래야지
길가에 핀 수수한 뜰꽃도
파란 하늘도 흰 구름도
별이 총총한 밤도 바람도
지겨워지고
간절한 기도도 믿음도
한겨울의 나뭇가지 같이 메말라 가는데
누가 말했지 이 길이 끝나면
사랑만 남는다고 그러나
사랑도 지겨울 때가 있다고
어떤 사람이 노래했다는데
그러면 이 길은 끝이 없어야
물귀신 같은 사랑을 또 하라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하나
길이 끝나는 곳에서는
더는 사랑도 존재하지 않는
그런 길
끝은 생각보다 빨리 온다 했으니
지루한 길도 곧 추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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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대부분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이지만, 때로는 지루한 시기가 있다. 오늘도 어제도 내일도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다 보면 지루해지며 지겨워지기까지 한다. 시인도 끝날 것 같지 않은, 온갖 사건으로 도배된 오랜 유학생활을 견디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저 한 여름밤의 꿈같다. 또한 수십 년 직장생활을 하며 집과 직장과 교회를 백곰같이 왔다 갔다 하는 지루하지만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의무에 어쩔 수 없이 생활을 했는데, 끝날 것 같지 않은 직장생활도 끝이 나는 것을 보면,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진리를 몸으로 느낀다. 그러나 시인은 여전히 영원히 살 것 같은 기분에 또 지루해하면서 시를 열심히 쓰고 시집을 내는 것을 보면,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의 의미를 알고 사는 것 같다. 아무리 지루하고 지겨운 시기라도, 돌아보면 빛의 속도로 지나간 점 하나로 기억되니, ‘종말은 생각보다 빨리 온다’ 는 시인의 예언 또한 진리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