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묘지를 지나간다
묘지에서 하룻밤 보내는 것이 내 꿈이 아니었나
밤은 아니지만 검은 구름으로 어두컴컴하고
비도 올 것 같고 묘지엔 살아있는 사람 보이지 않으니
피곤한 발바닥을 잠시 쉴 겸
살아있던 人間들이 마지막에 한 말들을 천천히 둘러본다
나는 내 이름이 있는 비석에 멈춘다
내가 죽었나? 내가 귀신이 되어 내 무덤을…
자세히 보니 죽은 날짜가 없다
누가 내 무덤을 죽기도 전에 만들었나
내가 아닌가? 生日은 맞지만 하도 흔한 이름이라
혹시 뭐라고 쓰여있나 찾아보니
이 무덤의 主人은 바로 너다
네가 죽을 날을 쓰고
네가 마지막에 할 말도 써넣어라
가장 사랑하던 사람의 이름을 넣고
미소 짓게 하는 추억의 장소와
삶이 아름다웠다고 써라
잠시 생각에 잠기던 나는
내가 죽을 날 만을 써넣고 묘지를 나온다
다음 공동묘지까지는 한참을 걸어야 하나
그곳에는 내 무덤이 없을 것이다
나는 험한 山 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山 꼭대기에서 산산이 부서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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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공동묘지가 도처에 있다. 대규모 묘지 단지가 있기도 하지만, 교회 옆에 작은 묘지가 있는 경우가 많으며, 주택가나 대로 옆에 소규모 묘지들을 발견하기가 어렵지 않다.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삶을 공유한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각 묘지들은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어, 어떤 묘지는 정말 유령이 나올 것 같이 으스스한 곳도 있고, 어떤 묘지는 아기자기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들어가서 놀고 싶어 지는 곳도 있다. 시인은 공동묘지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시집을 낼 계획을 하기도 했지만 겁이 많은 시인은 아마도 이 계획은 실현하지 못할 듯하다. 그러나 묘지에서 하루 밤을 보내는 상상은 심심치 않게 해서 이 시가 탄생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