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묘지도 1 : 보이지 않는 어머니의 경제〉

“보이지 않지만 돌고 있는 것, 그것이 현(玄)이다.”

by 루멘Lumen

1. 어둠에서 시작된 순환

모든 생명은 어둠에서 태어난다.
씨앗이 땅속에서 숨 쉬고, 아이가 어머니의 자궁에서 자라듯,
경제도 그 뿌리는 보이지 않는 신뢰 속에서 자란다.
도가에서 ‘현(玄)’이라 부르는 이 어둠은 결핍이 아니라 잠재성의 품이다.
그 품에서 도(道)가 자라고, 묘(妙)가 피어난다.

부여의 굿뜨래페이도 그러하다.
그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다.
2019년, 전국 군 단위 최초로 발행된 이 지역화폐는
눈에 보이는 돈보다 보이지 않는 관계의 신뢰를 설계했다.
그 신뢰의 경제는 5년 만에 놀라운 결실을 맺었다.


2. 신뢰의 자궁, 굿뜨래페이

2024년 한 해 동안 굿뜨래페이는 1,000억 원이 넘게 순환했다.
단일 군 단위로는 이례적인 규모다.
이 순환을 통해 소상공인 매출이 평균 25% 이상 상승했고,
충남도 평균의 두 배, 전국 평균의 세 배에 달하는 사용률을 기록했다.


정부도 이 변화를 주목했다.
굿뜨래페이는 **2022년 대통령상(지역상권 활성화 부문)**을 수상하며,
지방경제 순환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았다.
게다가 충남 최초로 농민수당을 굿뜨래페이로 지급,
기초소득형 순환경제의 길을 열었다.


각종 인센티브도 참여적 기본소득의 개념으로 19년부터 지급하고 있다. 타지자체의 할인으로만 인식하던 것과는 다른 접근법이다.


무엇보다도 굿뜨래페이의 힘은 **수수료 ‘0%’**에 있다.
카드 수수료 부담 없이 거래가 이뤄지니
소상공인은 숨통이 트이고, 주민은 마음 놓고 쓴다.
그 결과, 정책발행 규모는 2배,
민간 소비쿠폰의 지역화폐 채택률은 전국 평균 18% 대비 **65%**로 압도적이다.
이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신뢰가 만든 가시적 성장,
즉 ‘현(玄)’의 경제가 현실로 드러난 모습이다.


3. 현의 품에서 자라는 부여의 경제

현(玄)은 어머니의 품이다.
그 품은 따뜻하지만, 조용하다.
굿뜨래페이는 경쟁 대신 순환,
소유 대신 관계,
이윤 대신 신뢰를 중심에 놓았다.

그 안에서 부여의 경제는 자라고 있다.
한 사람의 결제가 또 다른 사람의 하루를 살리고,
그 하루가 다시 마을의 상권을 일으킨다.
굿뜨래페이의 순환은 곧 사람의 순환이며,
그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관계망경제(relationship economy)**로 엮인다.

현묘지도에서 말하는 ‘현(玄)’이란,
바로 이 보이지 않는 연결의 힘,
서로를 믿고 돌보는 마음의 회로를 뜻한다.
그 믿음이 곧 굿뜨래페이의 자궁이며,
모든 순환의 시작이다.


4. 어둠은 비움이 아니라 품음이다

사람들은 어둠을 결핍으로 본다.
하지만 부여의 경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라났다.
정책과 시장이 따로 놀던 시대에서,
이제 행정과 시민, 상인과 소비자가 한 몸처럼 움직인다.

굿뜨래페이의 어둠은 ‘비움’이 아니라 ‘품음’이다.
전국보다 3배 이상 높은 소비쿠폰의 굿뜨래페이 채택율에서 보여지듯이

그 안에는 신뢰가 있고, 관계가 있고, 따뜻한 숨결이 있다.


카드망 결제에 있어

신용카드 금융망을 사용하는 다른 지역화폐와 달리

굿뜨래페이는 NFC카드 결제를 핸드폰에 접촉식 결제를 한다.

접촉은 신뢰 호르몬인 옥시토신을 만들어 낸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품 안에서 1,000억 원의 순환이 태어나고,
사람들이 다시 웃는다.
이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어머니의 경제,
‘현묘지도(玄妙之道)’의 첫걸음이다.

작가의 이전글현지우현(玄之又玄) : 어머니의 길, 순환의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