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줄, 하루 한 대사.
유건명: "스파이는 모두 비슷해, 옥상을 좋아하니..."
진영인: "난 너와 달라. 빛을 두려워하지 않지."
스파이는 왜 모두 옥상을 좋아할까? 빛에 나와봐야 상대가 백인지 흑인지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기 때문 아닐까?
회색지대라는 말이 있다. 한자로는 灰色地帶, 영어로는 Grey Zone이라고 한다. 주로 애매한 경계에 있는 행위나 개념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대부분 이 회색지대에 살고 있다. 밝은 빛 안에서만 살고 있는 사람은 드물고 끝없는 어둠 속에서만 사는 사람도 거의 없다. 다들 빛과 어둠을 오고 가며 결국은 회색지대 안에서 안착한다. 그게 가장 편하기 때문이다. 회색지대에서는 백인지, 흑인지, 회색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상대가 흑인지 백인지 구분 짓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세상을 살아가는 제일 편한 방법일 테니까.
물론 회색지대 속에서도 좀 더 어두운 곳이 편한 사람이 있고 밝은 곳이 편한 사람이 있다. 그리고 아직 밝은 빛에 나와보지 못한 사람 중에 자신은 밝은 곳을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 자신이 있는 곳이 빛 아래라고 확신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빛을 보면 바퀴벌레처럼 더 짙은 어둠을 찾아 숨는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회색지대에 드는 빛은 옥상 위에 내리쬐는 직사광선이 아니다. 간유리를 통해 창고로 들어오는 간접조명일뿐이다. 눈부시고 뜨겁지 않다.
애니메이션 '건그레이브' 속 유명한 엘리베이터 씬.
과연 이 둘 중 누가 악당이고 누가 선한 인물일까?
사실 작품 속에서 빛 아래 떳떳한 선한 인물은 단 한 명도 없다. 영화 무간도 속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빛이 있지만, 어둠이 편한 사람.
어둠에 있지만, 빛이 두렵지 않은 사람.
우리는 과연 어떤 부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