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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기 Apr 17. 2019

카프카스산맥의 셰키로 가는 길

코카서스 04 - 디리바바 무덤, 쥬마 모스크


아제르바아잔의 가장 오래된 도시중 하나인 세키는 카프카스 산맥의 그림 같은 언덕에 위치해 있다. 

셰키로 가는 길에 마자라 마을의 디리바바 무덤에 잠시 들렸다. 디리바바는 이 나라의 이슬람 성인으로 기행 성자로 추앙받는 사람으로 바위 산 밑에 자리 잡은 디리바바 무덤은 계단을 통해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가 있는데 꼭대기에 올라서면 사방이 확 트인  평원과 주변 마을이 시원하게 보인다. 

계단에서 내려왔는데 디리바바 무덤 주차장 옆에 가족인듯한 현지인 예닐곱 명과 아이들이 모여서 음식과 술을 한잔씩 하고 있었다. 서슴없이 다가가서 먼저 말을 건네본다.

더듬대는 영어로 남녀노소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몸짓을 섞어가면서 대충 이런 얘기 들을...  


너그들~ 한 가족이여? 나는 싸우스 꼬리아에서 왔어~
그거 여그 술이여? 한 잔줄수 있어? 고마워, 고마워~

이슬람 성인으로 추앙받는 디리바바의 무덤은 조망과 풍광이 좋아 가족들의 피크닉 장소로도 이용되나 보다. 먼저 말을 건네기가 힘들지 건네기만 하면 짧은 영어와 몸짓을 통해 어울릴 수가 있다. 우리는 술 한잔과 간단한 음식을 제공받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는 아쉬움을 남기고 출발했다. 


(좌) 바위 산 밑에 자리잡은 디리바바 무덤 / (우) 디리바바 무덤 위의 절벽




저 멀리  이슬람 모스크처럼 생긴 멋진 건물이 보여 잠시 차에서 내렸다. 내 눈에는 파란 하늘을 두 개의 기둥이 양쪽에서 받치고 있는 모습이 멋지게만 보였다. 히잡을 써야 한다는 말에 가져간 머물러를 머리에 두르고 당당하게 입장하였다.  


쥬마 모스크(Djuma Mosque)는 한동안 카펫박물관으로 사용되어 왔으나 근래 들어 다시 본래의 사원으로 돌아왔다. 정교한 장식으로 유명하며 모스크의 이맘(Imam, 회교지도자)과 성직자들은 이란과 이라크에서 온 투르크 인들이 담당하고 있다.


쥬마 모스크 실내 모습은 너무나 페르시아스럽다.  한쪽에 공손히 무릎 꿇고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사람이 보인다. 그 모습이 너무도 경건해 보여서 가만히 지켜보다가 나는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해본다. 

알라신, 하나님, 부처님 모두~~ 내 소원은 들어주실 거다.  알라, 알라, 알라...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듯이 때가 되면 배는 고프고, 배가 고프면 먹어줘야 한다. 

셰키까지 가는 길에 번듯한 식당이 없다는 소리를 듣고 빵과 요구르트 등 간단히 도시락을 챙겼는데 셰키로 가는 길에 우리네 휴게소 같이 쉴 수 있는 곳이 있어  가지고 온 도시락과 이곳에서 파는 간단한 주전부리를 사 먹기로 하였다.  

그래도 나름 간판도 있는 휴게식당이었다. 나를 포함한 관광객들은 그 모습이 신기한지 간판 밑에서 연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작은 휴게식당은 나무 밑에 간판을 걸고 우리네 부침개 같은 교프티구탑을 만들어 내고 있었고 다른 한편에는 홍차를 내기 위해 물을 끓이고 있는 커다란 들통도 보였다.  


(좌) 나무 밑에 간판을 걸고 요리하는 휴게식당 / (우) 홍차를 위해 물을 끓이고 있는 들통



따뜻한 홍차와 교프티구탑을 시켰다. 교프티구탑은 얇은 밀가루 반죽에 고기나 잘게 썬 잎채소를 넣고 우리나라 부침개처럼 부쳐낸 것으로 안에 내용물에 따라 그 맛이 다르다. 고기가 들어간 것은 색다른 맛이었지만, 야채가 들어간 것은 우리네 부추 부침개와 그 맛이 비슷했다. 

내가 알고 있는 홍차 잔은 손잡이가 있는 사기 잔이 대부분이었는데 이곳에서는 안이 훤이 보이는 투명한 잔을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찻잔 속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겉으로 차 색이 보이는 투명한 잔과 많이 사용했는지 살짝 이가 나간 다관, 가지런히 담긴 설탕 및 사탕 등이 정겹게 느껴졌다.   

따뜻한 홍차와 교프티구탑, 그리고 가지고 있던 빵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는데 총 10마낫이 들었다. 우리 돈 7,000원 정도, 7천 원의 행복을 만끽한 점심이었다. 


(좌) 교프티구탑 / (우) 홍차잔과 다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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