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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기 Apr 17. 2019

실크로드 그 옛날 대상처럼~
카라반사라이

코카서스 05 - 셰키의 카라반사라이와 칸의 여름궁전


셰키의 카라반 사라이에 도착했다.  셰키는 아제르바이잔에서 제법 큰 도시에 속하는데 원래의 셰키 마을은  18세기 후반에 대홍수로 괴멸되었다. 그 후 남쪽에 있던 셰키 반의 제2의 거성(거쳐하는 성)이 있던 곳을 재건하여 현재의 셰키 마을을 이루고 있다.

'카라반사라이 (Sheki Karavansarai)'에서 묵을 예정이다. 카라반사라이는 코카서스 지역 일대에서 가장 큰 대상들의 숙소였는데 지은 지 270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는 호텔로 사용되지만, 낮에는 관광객들이 들어와서 사진도 찍고 돌아볼 수도 있다. 호텔이라지만 에어컨, 냉장고, 세면도구, 커피포트 등 일반호텔에서 보던 것들은 볼 수가 없다.

'8월 초라 더운 날씨지만 에어컨이 없어도 잘 수 있을 만큼 건물은 시원하다'라고 안내책자에서 봤지만, 


개뿔~~!! 더웠다. 


그리고 창문과 골목이 맞붙어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다 들렸다. 비록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귀 옆에서 말하는 것 같아 잠을 이루기가 쉽지 않았다. 

예전 그 모습 그대로 호텔을 한다길래 기대했는데 편안함과 편리함에 익숙해질 데로 익숙한 나는 이곳의 숙박이 편하지는 않았다. 낮에는 관광객들이 돌아다니고 있어 방문을 활짝 열어놓지도 못했고, 귀중품은 품에 지니고 있어야 했으며 낮잠을 자거나 편안하게 옷을 갈아입지도 못했다. 한마디로 불편했다.

 

카라반사라이의 건물 문은 엄청 크고 높다. 그 예전 대상들은 주로 낙타를 가지고 물건을 운반했기 때문에 몸집이 큰 낙타들이 드나들 수 있도록 건물의 문을 크고 높게 지었다고 한다. 더불어 1층은 낙타의 목을 축일수 있는 물과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졌는데 천정은 돔 형식이었다. 지금은 기념품 가게와 리셉션으로 사용되는 작은 사무실로 이용되고 있었다. 


(좌) 카라반사라이 겉모습  / (중) 복도를 이루고 있는 아치형 벽 / (우) 1층의 모습
(좌) 카라반사라이 정원 / (우) 1층에서 바라본 카라반사라이 건물의 문



환전을 해야만 했다. 이 동네는 특이하게 우체국에서 환전을 한다. 우체국으로 가는 2~3백 미터 정도의 길가에는 갖가지 상점이 즐비했는데 하나같이 문을 열어놓았기 때문에 가게 안을 볼 수가 있었다. 8월 초의 우리는 문을 꼭 닫고 에어컨을 빵빵하게 켜놓았을 텐데 이곳은 에어컨을 굳이 켜지 않아도 그늘은 시원하니까 문을 열어놓은 것 같았다. 사실 가게 안에 에어컨도 보이지 않았다. 

색다른 물건들~ 알록달록한 색감들이 내 걸음을 늦추게 만들었고 환전이고 뭐고 'Beer & lunch'라고 적힌 가게에 들어가서 시원한 맥주 한잔 하고 싶어 졌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환전을 해야 했다. 

우체국은 소박했다. 네다섯 평정도의 사무실이 전부였으며 안에 있는 사람이라고는 직원 1명뿐이었다. 

 

'피티(PITI)'가 유명하다는 소리를 들었고 환전도 했으니 저녁은 아제르바이잔의 전통음식인 피티를 먹으러 레스토랑을 찾아 헤맸다. 리셉션에서 알려준 식당은 만석이라 근처의  'Restoraunt Gagarin'로 들어갔다. 메뉴판을 받아 들고는 구글 번역기를 돌리면서 정독을 해보지만 알 수가 없었다. 급기야 웨이터를 부르고 똑똑하고 짧지만 악센트를 주면서 유창하게 음식을 시켰다. 


피~티!! 엔 비~어!


이보다 더 명쾌할 수 없다. 웨이터는 알겠다고 하면서 피티를 가져왔다. 

커다란 빵과 커다란 머그컵모양의 항아리가 나왔는데 그 항아리에는 양고기와 헤이즐넛 콩 등 여러 가지가 들어있는 듯했으나 위에 기름이 떠 있었다.  어떻게 먹어야 할지 항아리만 쳐다보고 있으니 서빙하시는 분이 직접 시범을 보여주셨다. 먼저 접시에 빵을 찢어놓고 항아리의 국물을 부어서 적셔 먹은 후 항아리에 남아있는 콩과 고기는 으깨서 먹으면 된다는 것이다. 웨이터가 알려준 대로 하나씩 하나씩 따라 해 본다. 그리고 먹었다.  그 후 다시는 피티를 시키지 않았다. 

예상대로 피티는 호불호가 강했다. 나 같은 사람이 있는 반면, 맛있다고 싹싹 긁으면서 다 드시는 분도 계셨으니 말이다.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니 식당 안도 멋지게 분위기가 연출된다.


(좌) PITI / (중) 시범을 보여주는 웨이터 / (우) Restoraunt Gagarin의 모습





셰키의 마지막 왕족의 궁전이었던 셰키 칸의 여름궁전은 정교한 축성술과 정원이 아름답다 하여 가보려 하는데 가는 길이 애매하다. 걷자니 멀고 버스를 타자니 너무 가깝고... 살살 걸어보자는 맘에 끌려 걸어가기 시작했는데 막상 걸어보니 뜨거운 햇빛과 흘러내리는 땀 때문에 바로 후회하였다. 


칸이 16세기 말 47년간을 통치하면서 살았다는 여름궁전은 작지만 단아했고 정갈하면서도 화려했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사진 금지'라는 안내판이 있었고 문은 닫혀있었다. 정원을 둘러보고 있으니 가이드가 나와서 일정 인원만 데리고 들어가면서 또 문을 닫는다. 우리도 가이드가 나와 데리고 들어가길 기다리면서 줄을 섰다. 십여분을 기다렸을까, 입구의 문이 열리면서 나온 가이드는 먼저 들어간 관광객들을 보내고 우리를 맞이하였다. 가이드는 궁전 안을 안내하면서 영어로 연신 설명을 한다. 알아듣는 사람이야 질문도 해가면서 설명을 듣는다지만 난 영어가 약하니 가이드와의 거리는 멀어져만 갔다. 

겉에서 보는 궁전의 모습은 검소한 느낌이었는데 안에서 보는 궁전은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모든 창문은 그 옛날 실크로드 대상들이 베네치아에서 날라 온 유리로 만든 창이었고 빛을 받은 유리가 뿜어내는 형형색색의 빛깔들은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었다.  빛을 받는 창을 사진 찍고 싶었지만 궁전 안에서는 유산 보호 차원에서 사진을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었다. 


(좌) 여름궁전의 겉모습 / (중) 벽면의 화려한 타일 / (우) 빛을 받은 유리공예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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