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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기 Apr 17. 2019

셰키... 전통 바자르의 맛

코카서스 06 - 셰키의 바자르에서의 시간


셰키의 떼제 바자르로 가려면 11번 시내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비는 0.2마낫!  우리네 140원 꼴이다.

봉고차보다 조금 큰 정도였지만, 버스 번호판도 있고 가는 노선지도 적혀있는 엄연한 시내버스였다.


규모가 제범 큰 떼제 바자르! 우선 청과물시장부터 둘러보는데 천막과 파라솔로 그늘을 만들고 바닥에 천을 깔아 자리를 만들어 과일 및 야채를 쌓아놓는 것이 우리네 전통시장과 너무나도 흡사했다.

둘러보다 생긴 것은 참외인데 크기가 너무 커서 참외인지, 아닌지 알쏭달쏭한 노란색 과일이 눈에 들어왔따. 물어봐도 알아듣지는 못할 테니 하나 잘라달라는 몸짓을 했다. 상인은 의아한 듯이 쳐다봤고 돈을 받고 나서야 과일을 잘라주었다. 예상대로 참외가 맞았다. 달고 즙도 많아서 음료 대용으로 먹기에 적당했는데 먹는 김에 아예 수박도 한통 썰어달라고 했다. 흩어져 구경하고 있던 일행들을 불러 모아 잘라놓은 수박을 먹으라 했지만, 수박이 너무 커서 주위의 상인들에게도 한 조각씩 주었다.

순식간에 수박 한 통이 처리되었고 주위는 수박씨와 수박껍데기만 남았다. 쓰레기를 치워줘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수박껍데기를 들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으니 주인이 괜찮다면서 가라고 한다.

이런~ 고마울 데가~


자~알 먹고, 갈증은 해결되었습니다.


천막아래 쌓아놓은 과일들 / 과일을 자르는 상인


가운데 과일을 파는 곳이 있다면 한쪽으로는 각 상자마다 가득 쌓아 올린 말린 과일들과 견과류를 팔고 있었는데 먹고는 싶지만 더운 날씨 탓에 음료 쪽이 더 당겼다. 바자르 안쪽으로 들어오니 각종 향신료와 식재료들을 팔고 있었다. 생각보다 한산한 상점 사이사이로 걸어가다 보니 향신료를 파는 아저씨가 나를 부른다. 가까이 다가가니 향신료 몇 개를 눈앞에 들이밀면서 설명을 해가면서 사라고 하신다. 사라는 것은 알겠는데 뭔지를 알아야 사지... 난감하다. 


아저씨!! 뭔지는 알아야 사든, 말든 하죠~


가득 쌓아올린 견과류와 말린 과일 /  사라고 권유하는 향신료가게 아저씨



지나가면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눈을 맞추고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준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이곳 사람들이 정겹다. 땀이 흐르는 것 보면 이곳의 날씨도 습하다는 건데 식재료를 보관하는 냉장고가 보이지 않는다. 벽면으로 쭉 이어지는 오픈된 정육점에서는 고기를 걸어놓고 판매를 한다.

도대체 무슨 고기인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궁금해했더니 웃으면서 '램'이라고 답한다. 이곳은 소나 돼지보다는 양이 훨씬 흔한 것 같다. 양고기는 실컷 먹고 가야겠다.


점심을 먹기 위해 바자르 상인들에게 먹는 시늉을 하면서 '키친' '레스토랑'을 외치면서 다녔다. 그러기를 20여분 정도, 상인들이 알려준 곳을 찾아서 찾아서 가니 상인들이 말하는 현지 식당이 보였다. 바자르 안쪽으로 꼬불꼬불 들어가면 나오는 시장 안의 현지 식당이었다.

당연히 메뉴판도 없다. 이 곳 사람들은 알아서 잘 시켜먹겠지만 우리는 그와 다르지 않은가?

사진을 보고 시켜도 예상한 음식이 아닌 엉뚱한 음식이 나오는 우리가 메뉴판도 없이 어떻게 음식을 시킬 수 있는지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크고 당당하게 외치면 된다.


램 샤슬릭 오케이?


당연히 거래는 성사되었다. 주인은 '오케이! 오케이!'를 연발하면서 양꼬치와 닭꼬치를 가져왔다. 분명히 양과 닭을 나누어 주문하지는 않았다. 램 샤슬릭 오케이를 외칠 때 주인이 뭐라고 뭐라고 했는데 알아듣지 못해 '오케이' 해버렸더니 양과 닭을 반반씩 가져온 것이다. 이런들 어떠하리~저런들 어떠하리~

주문을 받은 즉시 고기는 숯불에서 굽기 시작했고 바로 가져다주니 그 맛이 기가 막혔다. 양이라고 해도 특유의 냄새는 없었으며 고기는 연했고 육즙도 가득했다. 숯불꼬치구이가 있으니 시원한 맥주도 당연히 있어야 했다. 맥주를 마시다 옆 테이블을 보니 현지인 두 명이 보드카를 마시고 있었는데. 이 더운 날씨에 40도가 넘어가는 독한 보드카를 스트레이트로 두병째 마시고 있었다.

놀라움에 그 사람들이 마시고 있던 잔을 가리키며 '보드카?' 했더니 테이블로 오라고 손짓을 한다. 테이블로 간 나에게 현지인들은 보드카 한잔을 건넸고, 난 받아 든 보드카를 쭈욱 들이켰다. 독주가 내 위장을 그대로 타고 내려갔고 보드카가 훑고 지나간 자리가 뜨거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안주한 점 뜯고 내 자리에 돌아와 앉으니 그분들이 건배하자면서 또 따라온다. 그러면서 보드카를 연거푸 3잔을 들이마셨더니 더운 날씨에 얼굴을 빨개지면서 알딸딸해진다.


이게 바자르의 맛이 아닐까?


벽면으로 줄지어있는 정육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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