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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기 Apr 18. 2019

조지아에서 가슴 뛰는 첫날

코카서스 08 - 몸짓을 통한 주문이 주는 희열


코카서스를 여행하면서 전통 바자르를 많이 다니는 것 같다. 아제르바이잔과 비교를 하자면 같아보지만 살짝 다른 그 무언가가 있는데, 특히 각 상점마다는 우리네 순대 말린 것 같은 모양의 기다란 것을 걸어놓고 판매하는 것이 있었다. 아제르바이잔에서는 못 보던 것으로 색깔도 여러 가지라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했었다. 궁금한 마음에 더 자세히 보려고 가까이 다가가 유심히 살펴보는 나에게 상인이 잘라놓은 한 조각을 주었다. 나는 그것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면서 무엇인지를 음미하기 시작했다.   


어? 견과류!, 하지만 다른 맛도 있다. 뭐지?


우리에게는' 네이뇬' 이라는 종년과 '구서방' 이라는 좋은 동반자가 있지 않은가... 짧은 검색시간을 지나서 조지아의 전통 간식인 '초르츠겔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호두나 땅콩을 꼬치에 끼워서 진한 포도원액에 담그고 꺼내길 반복한 후 말린 것으로 너무 달지도 시지도 않다."는 글귀처럼 겉의 색이 다른 것은 포도원액의 색을 따라가는 것이었다.  

색마다 맛이 다르고 안에 들어있는 견과류도 다르기 때문에 색별로 하나씩을 사서 한국까지 가져왔다.

아무리 섞지 않는다지만 저것을 지금 구매해서 20여 일간을 여행하는 내내 가지고 다니다가 한국으로 가지고 온 이 집념과 끈기를 다른 곳에 사용했으면 벌써 이름 석자 알리는 성공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조지아 전통 간식 '초르츠겔라'



점심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분명히 현지 상인들이 다니는 현지 식당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상인들에게 먹는 시늉을 하면서 '레스토랑', '레스토랑'을 물어보며 다녔다. 덕분에 어떤 상인이 설명을 해주었는데 무슨 말인지 도통 못 알아듣는 우리를 보고, 답답한지 그분은 식당 앞까지 우리를 데려다주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식당을 쳐다보니 그 흔한 영어 스펠링과 아라비아 숫자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간판이라 이곳이 정말 식당이 맞는지조차 의문스러웠다.

내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예상대로 그림으로 된 메뉴판은 커녕 조지아 글씨로 된 메뉴판도 없었고 주인은 간단한 영어도 되지 않았다. 무엇을 파는지조차 가늠되지 않지만 이곳의 대표 메뉴인 샤슬릭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샤슬릭을 외쳤다. 그런데 주인의 반응이 이상하다. 분명히 샤슬릭은 러시아어일 텐데 그것으로도 주인과는 소통이 되지 않았다. 다른 방법을 써야겠기에 이번에는 머리 위 양옆으로 검지를 세운 몸짓을 하고 '램'을 외치고 '카우'를 외쳤지만 주인은 못 알아들었다.  

급기야 나는 머리 위 양옆으로 검지를 세운 그 몸짓 그대로 '음메에에에에~~~' 하면서 양의 울음소리를 흉내 냈더니 주인은 그제야 알아들었던지 손으로 X자를 그리며 고개를 양쪽으로 흔드는 것이 아닌가, 그러다니 나와 같은 몸짓을 하며 머리를 아래에서 위로 치켜들며 '음~~~~~메에~'를 외쳤다.

아하~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됐다. 자기네는 양은 없고 소가 있다고 하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의사소통이 된 것이 기뻐 손뼉을 치면서 '오케이! 투!'를 외쳤고, 주인은 씩 웃고 말았다.

 

 몸짓으로 주문받았던 식당주인


그렇게 주문을 하고 나니 갈증이 났다. 맥주를 시키려면 어떠한 몸짓을 해야 할지를 걱정하고 있었는데 주방 입구에 생맥주 통이 보이는 게 아닌가? 살며시 그쪽으로 다가가 생맥주통을 가리키며 손가락 4개를 펴서 '이거 포!!' 하고 외치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있는데 샤슬릭을 못 알아들었으니 샤슬릭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고 어떤 음식이 나올까 궁금했는데 주인이 들고 온 것은 수프였는데 테이블로 내려놓으면서 '카르쵸'라고 하였다. 한 스푼 떠먹으니 우리나라 술국(?) 정도 되는 듯한 맛인데 개운했다. 수프 안에 들은 고기가 뭔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의아한 듯 쳐다봤더니 아까처럼 머리 위에 검지 두 개를 얹어서 고개를 아래에서 위로 치켜들며 '음~~~~ 메에' 한다.  아마도 주인은 우리와 몸짓으로 대화했을 때부터 이 음식을 예상하고 주문을 받았을 것이다. 우리는 샤슬릭을 원했지만 빵과 곁들여 먹는 수프 카르쵸도 맛있었다.

주방에서 무언가를 튀기고 있었는데 그 모양새가 꼭 생선처럼 보여 무어냐고 손짓 발짓으로 물어봤지만 이번에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 급기야 주방까지 들어가서 튀기고 있는 음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나도 가리키며 손가락 하나를 펴서 '나도 이거 하나!!' 했더니 이번에는 주인이 알아 들었나 보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음식을 가져다주었고, 생선 튀김인 줄 알고 먹어본 음식은 다름 아닌 미트볼이었다. 미트볼 카바비... 생각했던 음식들은 아니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동물 울음소리까지 동원하며 주문한 음식은 나름 먹을만했고 그 또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한다.


스프 카르쵸
미트볼 카바비




텔라비는 와인으로 유명하니 저녁에는 와인 테스팅을 해보기로 하여 택시를 잡아타고 '슈크만'에 갔다. 들어가는 입구에서 와인 테스팅을 원한 다하니 저녁도 함께 할 것인지를 묻는다. 당연히 저녁도 함께 먹는 것으로 하였고 마련된 자리에 앉아서 와인을 기다리면서 드넓은 포도 농장에 석양이 드리워지는 질 때는 그곳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자리에 앉아있으니 와인 소믈리에가 직접 와인에 대해서 설명을 해준다. 난 알아듣는 것이라고는 레드, 화이트, 몇 년도 것인지 정도가 전부였다.

석양이 뉘엿뉘엿할 때 자리에 앉아지는 노을과 벗 삼아 다섯 가지의 다른 맛의 와인을 마셨다. 화이트 와인은 화이트와인데로 가볍고 상큼했으며, 레드와인은 레드와인데로 드라이하고 묵직했다. 가격만큼의 만족도가 있지는 않았지만 이날은 와인에 취한 것이 아니라 분위기에 취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좋았다.


슈크만 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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