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고의 해변 능귀에서 보낸 날들
잔지바르(Zanzibar)는 다르에스살람에서 페리로 3시간을 타야 한다.
'검은 해안'을 뜻하는 잔지바르는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출생한 곳으로 인도양의 진주, 탄자니아의 진정한 매력이라고 한다.
잔지바르는 탄자니아 영토이긴 하지만 자체적으로 출입국심사를 하고 있다.
입국심사를 받고 들어온 잔지바르의 이국적인 모습은 나를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파란 하늘, 하얀 구름, 멋진 건물들과 도드라지는 색감의 그림들...
사람들이 아프리카의 특색이 도드라지는 색감의 그림이 그려진 머플러를 팔기 위해 한아름 안고 돌아다닌다. 하얀 바탕에 아프리카 사람들이 그려져 있는 머플러를 갖고 싶어 흥정을 시작했고, 처음 부른 가격은 급기야 절반 가격으로 내려가 흥정은 성사되었다. 절반 가격에 구매한 나는 나름 흐뭇하였다.
맘에 들어 목에도 둘렀다가 허리에 치마처럼 두르면서 스톤타운과 시티 마켓을 누비고 다녔다.
스톤타운은 미로와도 같은 골목골목마다 작은 상점들이 즐비했고, 상점마다 아프리카스러운 그림과 기념품 등을 팔고 있었으며, 길가에도 아프리카의 특색이 도드라지는 색감의 그림들이 걸려있었다.
내 눈길은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발길은 갈 곳이 너무 많아 바삐 움직였다.
석양은 지고 있었다. 시티 마켓 옆쪽으로 공원에는 아이들이 웃으며 뛰어놀고 있었고 사람들은 조용히 노을을 보거나 현재 상황을 여유롭게 즐기고 있었다. 공원 한 편에는 우리네 빈대떡처럼 생긴 먹거리를 팔고 있어 하나 사서 맛보기로 하였다. 안에 들어있는 야채는 사각거리고 위에 발린 소스는 생각보다 맛있었다.
저녁은 오래간만에 럭셔리하게 했다.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를 갖고 있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시푸드와 맥주도 시켰다. 케냐 맥주 투스커와 탄자니아 맥주 세렝케티
매일 오늘만 같아라~
잔지바르에 온 이유는 능귀 해변을 가기 위해서다. 잔지바르의 작은 해변 마을 '능귀'에 도착했다.
우선 바다색부터 다르다. 모래사장과 하늘과 구름과 떠다니는 배, 사진기를 들이대면 한 장의 엽서가 나온다.
능귀 (Nunggi) 잔지바르섬 북부에 있는 해안가로, 그 바다색이 영롱하기로 유명하다.
잔지바르에서도 손에 꼽히는 해변이며 에메랄드빛 물색과 잔잔한 파도, 하얀 모래사장과 야자수는
아프리카의 블랙홀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능귀는 너무 멋진 휴양지였다. 바다도 맑고 투명해서 스노클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난 물에 대한 공포심이 있어 물속에 들어가면 발이 땅에 닿아야 안심이 된다. 그래서 발이 땅에 닿지 않는 스노클링은 하지 못한다. 스노클링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도 없었는데 배에서 석양을 보며 맥주를 한잔할 수 있다는 꼬임에 해보기로 하였다. 맥주 몇 병을 사서 스노클링 하는 배에 올랐다.
도와주는 사람도 있고
구명조끼도 하고 있으니
별일 있으려고?
이후, 난 물속에서 배에 붙은 천 쪼가리를 떨어질세라 꼭 부여잡고 다리는 연거푸 허우적대고 있었다.
그것을 본 작은 흑인 꼬마가 나에게 다가와 내가 꼭 쥐고 있던 천 쪼가리를 앞부분을 잡고 나를 데리고 다녀준 덕분에 물속의 풍경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꼬마는 나를 이끌고 좀 더 깊은 물속으로 가려했고 그 와중에 물속을 돌아다니는 작은 물고기들이 눈에 보이는 순간, 자유롭게 홀로 돌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으나 내 몸은 내 마음과 달리 더 경직되고 있었다. 결국! 난 꼬마에게 'NO, NO'를 외쳤고 꼬마는 웃으면서 나를 배위로 올려주었다.
배에서 보고 있자니 다이빙하는 사람들, 수영하는 사람들, 스토클링하는 사람들이 마냥 부럽기만 하였다.
새벽이면 어부들이 잡은 생선들을 해변에 있는 배 앞에서 살 수 있다고 하였다. 색다른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에 일찍 잠을 청했다.
내일 새벽에 꼭!! 일찍 일어나리라!
그러나, 내가 일어난 시간은 해가 머리 위에 반짝거리고 있었다.
숙소에 계신 분이 새벽시장이 열려서 문어를 싸게 사 왔다는 소리를 듣고 부랴부랴 해변가로 나갔지만, 해변가에는 생선을 사서 들고 가는 것인지, 생선을 건져 올리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사람만 있을 뿐, 생선을 파는 어부도, 배도 보이질 않았다.
해변가 끝에 건물이 있어 혹시 생선을 파는 곳이 아닐까 해서 가까이 가본다.
여러 마리의 생선이 널브러져 있어 생선시장인 듯하였지만, 눈에 보기에도 작은 고기는 없었으며 내 팔 길이만 한 커다란 생선들만 있었다.
문어를 사고 싶은 마음에 또렷한 한국 발음으로 '옥터퍼스! 옥터퍼스!'를 외쳤고
돌아오는 대답은 "NO!!"
없단다!! 여행지에서 저런 크기는 요리가 안된다.
능귀는 주민의 대부분이 이슬람권이다. 마을을 돌아다닐 때 여자들은 건물 앞에 삼삼오오 모여 일을 하고 있지만, 모두 검은색 히잡을 쓰고 있었으며 지나가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 아이들은 흙바닥에서 뛰어놀고 있었으며 정말 어린아이들은 상의만 입은 체 흙장난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이뻐서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를 물어봤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 'NO'
난 검은색 히잡 사이로 나타난 검은색 피부에 하얀 눈을 보면 살짝 두렵다. 종교적 문제일 뿐일 텐데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환전소에서 대기하다 바로 옆에 과일가게에 눈이 갔다. 커다란 파파야가 있어 좌판에서 먹게 썰어 달라고 하였다. 이 곳에 사람들은 과일을 전부 사 갖고 가는지 과일가게 주인은 과일을 썰어달라는 우리를 의아해하면서 썰어줬다. 과일은 달고 맛있었다.
맛있게 먹고 있는데 과일가게 주인의 딸인듯한 예닐곱 살 정도의 여자애가 가게 안으로 들어와서 과일을 좌판에서 먹고 있는 우리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한국인의 정서상 이런 상황은 그냥 무시하지 못하고 아이에게 남은 과일을 건넸다. 아이는 멈칫하더니 과일을 받아 들고는 옆으로 가서 먹으며 우리를 보고 수줍게 씩 웃었다. 그 모습이 우리네와 닮아 너무 이뻐 보였다.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구나.
숙소에 맛사지샵은 미용실과 겸하고 있었다. 받으라는 마사지는 안 받고 머리를 세 가닥만 잔지바르 스타일로 레게를 땋아달라고 하였다. 잔지바르 스타일은 3가지의 원색의 가는 실을 머리에 묶어서 레게를 땋는다. 짧은 머리 잡아서 땋는 것도 신기하지만 얼마나 촘촘히 땋았는지 잘 풀리지도 않는다.
난 뒤에 하나 양옆에 각각 하나씩 총 3개의 레게를 땋았고 길이는 한 뼘이 넘었다.
남아프리카로 이동할 때 만난 사람들은 저마다 땋은 레게머리를 가리키며 나를 보고 웃었고, 난 '잔지바르 스타일'이라고 하면서 함께 웃었다. 왠지 풀기 싫었지만... 한국에 돌아와서야 풀었다.
잔지바르 스타일이야~
능귀의 노을 지는 해변도 이제는 마지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