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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라열차 타 봤어?

53시간의 여정, 아프리카 타자라열차

by 나기



타자라열차가 정차를 하면 동네 아이들을 우르르 다가온다. 저마다 손을 내밀면서 "머니, 머니"를 외친다. 사탕을 주는 사람, 볼펜을 주는 사람, 옷가지를 주는 사람 등... 돈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는 인식에 열차를 탄 사람들은 돈을 제외한 저마다 준비해 온 작은 선물들은 아이들에게 건넨다.


나는 단순한 생각에 볼펜을 준비해서 나눠주고 있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볼펜보다 더 급한 건 공책이었던 것 같다. 아이들은 볼펜이 그렇게 필요하지 않은가 보다. 볼펜을 받아 들면서도 다시금 손을 내밀면서 "머니, 머니"를 외치고 있었다. 내 눈을 보고 손을 내밀면서 외치는 외마디 소리들이 내 가슴 한편은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나라 6.25 직후도 저랬겠지?




‘타자라(TAZARA)’는 ‘탄자니아-잠비아 철도(Tanzania-Zambia Railway)’를 줄인 말로,
탄자니아의 다르에스살람에서 잠비아의 뉴카피리음포시를 연결하는 총길이 1860㎞의 국제열차다.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에서 잠비아 뉴카피리음포시까지 이어지는 열차는 일주일에 두 차례 오간다.

여행 가이드북을 보면 대략 40시간 걸린다고 돼 있으나, 실제로는 지연이 많이 된다. 내가 탄 열차도 꼬박 53시간에 걸쳐 종착지에 도착했다.

기나긴 시간을 열차 안에 있어야 하고 식당칸의 먹거리는 빈약하기 때문에 간단한 끼닛거리와 식수를 구비하여 열차에 탑승해야 한다.


I'm ready! Let's go!


다르에스살람의 타자라열차 탑승 역


기차의 객실은 유럽식 구조로 1~3등 칸으로 나뉘어 있고, 현지인들은 대부분 3등 칸 객실로 들어간다.

나는 1등 칸으로 들어섰다. 좌우 두 개의 2층 침대가 있는 4인실이었다. 허름한 객실 안에는 이불 2채, 침대 시트, 베개 한 개가 놓여 있고, 자그마한 실내등이 침대 옆(누우면 머리맡)에 붙어 있다.

2층 침대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낮시간 동안 2층 침대를 걷고 1층에서 생활한다.

열차는 뉴카피리음포시를 향해 출발했고 이틀을 꼬박 지내야 하는 열차의 이곳저곳을 구경하러 나섰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타자라 열차는 화장실, 내부 등 상태가 괜찮아 보였는데 내가 탄 열차의 상태는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특히 화장실은 열악함 그 자체였고, 정말 힘들면 한 번씩 가는 정도였다.

탑승한 다른 사람들은 물 마시는 걸 극도로 자제하는 상황까지 가기도 했다.

샤워는 엄두 낼 수가 없다. 세면대에서 나오는 가녀린 물줄기에 간신히 세수하고 양치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나는 서서히 폐인이 되어간다.



열차의 중간쯤 식당칸이 있었다. 음식은 2가지가 있었는데 그중 생선구이는 내 입맛에 맞아 5끼 내내 식당칸에서 생선구이를 사 먹었다. 사실, 다른 음식이 내 입맛에 맞지 않아 생선구이만 먹었을 수도 있다.

처음에는 열차에서 먹는 음식이 신기하기도 해서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후라이드 생선 1마리와 밥이 전부인 음식 사진은 예술적으로 나올 수가 없었고 5끼를 연속해서 먹다 보니 음식에 대한 흥미도 떨어졌다.

식당칸에서 가장 즐거웠던 것은 맥주를 사 먹을 수 있었다.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아프리카의 풍경을 보면서 먹는 맥주는 열차를 가는 동안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충분했으며, 중간중간마다 가서 맥주를 사 먹는 통에 차장이 내 얼굴을 기억하고 웃음을 건네었다.

장시간을 운행하는 타자라는 역에 정차할 때마다 동네 아낙이나 아이들이 먹거리를 머리에 이고 팔러 왔다. 사람들은 이때를 틈타 열차에서 내려 가지고 온 먹거리도 구경하고 사서 맛을 보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차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먹거리를 공수하기도 했다. 요기가 되는 먹거리는 아니지만 간단히 맛보기 할 수 있는 우리네 간식거리 등이다.

그 모든 것들도 그 나름의 맛이 있고 재미가 있다. 이것도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타자라열차 차창밖으로 먹거리를 팔고 있는 아낙


아이들의 호기심을 국경에 따라 다르지 않았다. 여기 아이들도 호기심이 많았다.

객실에 있는 분 중 한 분이 블루투스 인화지를 가져와 아이들 중 한 명의 사진을 찍어 주었다. 웃는 얼굴이 예뻐서 사진을 찍어주셨다고 한다. 아마도, 아이들은 즉석사진을 처음 봤으리라...

사진을 받아 든 여자아이는 신기한지 본인이 찍힌 사진을 보고 박장대소를 하면서 주위의 있는 아이들에게 사진을 들이대면 자랑하기 시작한다. 그 사진을 본 다른 아이들은 웃으면서 우리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사진 찍어달라는 눈길을 보냈다. 그 모습이 귀엽고 예뻐서 따라 웃었다.

서로 자기를 찍어달라면서 나름의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지만, 인화지의 양과 배터리가 부족해서 더 이상 찍어줄 수가 없음에 안타깝기만 했다. 열차는 출발하기 시작했고 포즈를 취하던 아이들은 열차가 서서히 출발하자 덩달아 뛰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동심은 어디나 같은 것 같지??


사진보고 웃는 아이들과 열차를 따라 함께 뛰기시작하는 아이들


창밖은 깜깜한 밤이 되었는데 어느 시골마을에 유난히 오래 정차한 열차는 서서히 출발했고 뒤이어 옆칸에 계시던 일행이 우리 칸으로 뛰어들어와 놀라신 얼굴로 말씀하신다.


가방을 훔쳐갔다. 그 안에 여권도 들었다.



열차가 출발하면 잠을 자려고 차창 옆에 허리쌕을 놔뒀는데
열차가 출발하기 시작할 때 차창밖에서 손이 쑥 들어오더니 차창 옆에 있던 허리쌕을 가져갔다.
훔치는 것이 내 눈에 보이기는 하는데 열차가 출발하고 있어 어찌할 수 없었다.


짐작컨데 타자라에서는 에어컨이 없어 차창 문과 객실 문을 열고 있었다. 유난히 오래 정차했던 그때 사람들이 열차 안으로 들어와 복도를 돌아다니면서 열린 객실 안을 살피고 차창 옆에 물건이 있는 곳을 확인한 후 내려갔다가 열차가 출발하기 시작할 때 사람을 무등 태워고 열차 안으로 손을 넣어 훔쳐갔다는 소리가 된다.

허리쌕에는 핸드폰, 지폐 천 달러 정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여권이 들어있다고 하는데, 그분은 훔쳐가는 것을 눈앞에 보았으면서도 열차가 출발하기 시작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말과 함께 얼굴에 넋이 나간 듯 보였다.

차장은 옆칸을 오가면서 사태 파악을 하기 시작했고 다음날 아침, 작은 마을에 정차한 열차에 경찰들이 올라와서 조서를 작성하고 분실 확인서를 발급해 주었다.

문제는 국경인 나콘데에 도착하기 전에 여권을 분실하신 그분은 다르에스살람으로 되돌아가 여권을 만들어서 다시 여행을 하시던지 귀국하셔야 한다. 여권이 없는 상태에서 탄자니아를 출국할 수도 잠비아로 들어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나콘데를 도착하기 전 마을에 되돌아가는 자라 열차가 있어 그분은 다르에스살람으로 되돌아 갈 수 있었다.

우리 칸에 있던 분들과 나는 여권 만들 때 작은 도움이 되라고 가지고 있던 작은 돈을 건넸다. 물론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지만 그분은 마음을 받으신 듯하다. 고맙다고 하시면서 열차를 떠나셨다.


가는 길이라도 순탄하시길...



늦은 밤에도 열차는 마을에 정차하고 출발하는 같은 일상이 반복되었다.

열차는 달리고 달려 잠비아와 탄자니아의 국경인 나콘데에 도착했다. 탄자니아 출입국 사람들이 열차 안으로 올라와서 출국심사를 마친 뒤 잠비아 출입국 사람들이 올라와서 입국심사를 하면서 도착비자(미화 50달러)를 발급한다.

출입국심사는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하던 것들이 객실에 편히 기다리면서 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달리는 타 자라 열차


40시간이면 도착한다는 열차는 뉴카피리음포시에 53시간 30분이 걸려 도착했다. 풍경이 영화 같고 아름답다지만 달리는 좁은 열차 안에서 한정된 음식만 먹으며 53시간을 온다는 것 힘들고 고되었다.

아프리카 현지 삶을 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작은 위로를 삼아 본다.

어두운 밤에 도착했지만, 다시 4시간을 미니 봉고에 몸을 싯고 루사카로 향했다.



오늘 저녁은 며칠 만에 가장 편히 잘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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