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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Feb 16. 2017

겁 내지말고 글을 쓰자.

배우 유아인이 특정 질병을 앓고 있고, 그로 인해 군 입대가 미뤄지게 되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요 며칠 화제다. 

아픈사람에게 병역비리라고 비난했던 사람들을 꾸짖는 댓글도 있고, 질병에 대해서도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런 저런 복잡한 의견들이 얽혀있는 주제였다. 



그 와중에, 유아인이 직접 자신의 상황에대해서 솔직하게 쓴 공식입장 전문이 기사로 떴다. 

자신이 서있는 자리와, 그 자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들에 대해서 아주 솔직하고 명료하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었다. 


짧지않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유아인이 라는 사람이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공인의 역할과 책임, 그리고 그런 공인을 향한 부적절한 대중의 시선과 언론의 응대 등 여러가지 주제들을 놀랄만큼 멋지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글이었다. 


자신이 공인으로서 가져야 하는 책임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정보가 함부로 공개되어버린 것에 대한 불편함을 솔직하고 정중하게 표현했다. 


뿐만 아니라, 남자 연예인의 군대문제에 대해서 대중들이 느꼈을 불편함과 불신이 어디서 기인했는지를 본인 나름대로 명확하게 파악하고있었다. 대중들이 '남자 연예인의 군 문제' 에 대해서 이렇게나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맥락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해 주었고, 그런 불편함을 야기한 잘못된 행동들에 자신도 동의하지 않음을 밝히고,  본인 역시 군대 문제에 대해서 더욱 조심하고 유념해야함을 알고 있다는 것을 담담하고 깔끔하게 밝혔다. 


특히, 그가 쓴 글에서 가장 멋졌던 대목은 일반 대중들의 날선 목소리에 대해서 억울한 마음이 들 법도 한데 군입대 이슈에 대한 대중들의 부정적 목소리의 맥락을 공감하고 이해하며 그 부분을 자신이 어떤방식으로 받아들이고 행동할 것 인지를 명확하게 정리해줬던 부분이었다.  왜 나에게 이러느냐? 나는 노여움이 아니라, 대중들을 공감하고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서 사과하는 성숙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일부 특권층과 유명인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발생한 병역 기피 사례를 지켜본 대한민국 국민들의 환멸을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을 누리고, 더 많은 권리와 더 나은 대우를 요구하면서도 국민으로서 가지는 의무를 저버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합니다. 예상치 못한 질환과 부주의한 자기 관리로 인해 지속적이고 추가적으로 발생한 건강상의 문제를 여러분에게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못한 저의 불찰이 많은 분의 걱정을 심화시키고 군 문제에 예민한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논란의 확산을 부추기는 촉매가 되었다는 점에 큰 안타까움을 느끼며 애정과 관심으로 저의 행보를 지켜봐 주신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그의 글을 다 읽고 나서 어떻게 저렇게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라며 감탄했고 그 다음에 들었던 생각은 '아마 저 사람은 오랫동안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글로 쓰는 것을 반복했을 꺼야.'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경우에 막연히 글을 쓴다고 하면, 잘 써야 할 것 같고 논리정연해야 할 것 같기에 함부로 글을 쓰는것을 시작하기 어려웠다. 글이라는건 괜히 좀 더 잘써야만 할것 같은 부담감을 주는 행위였다.  그래서 뭔가 써보고 싶어도, 에이- 하고 글로 내 생각을 풀어내는것을 포기해버렸다. 


그런데 유아인의 글은, 나에게 '겂 없이 글을 써보자.'  그렇게 써보기를 반복하자. 라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고, 

짧은 글이지만 내가 유아인의 글을 보고 느꼈던 감정을 정리하기로 했다. 그의 글에서 가장 멋졌던 부분을 갈무리 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해야지.  



" 모두에게 그렇듯 저의 몸은 제 영혼을 담는 그릇이며, 외부의 세계와 충돌하는 벽이고, 동시에 저의 내면을 표현하는 도구입니다. 저의 부상과 건강상의 문제는 현재의 논란을 만든 저의 불행이지 병역 기피를 위한 도구가 결코 아닙니다. 저의 불행이 타인에게 용서를 구해야 할 문제라는 현실이 개인적으로는 아주 힘들지만 이마저도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통해 성장하고 성취를 가져가는 배우로서의 책무로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논란으로 상처받은 많은 분들의 우려를 씻고, 국민으로서 의무를 이행하며, 사회적인 영향력을 가지는 직업인으로서의 당연한 사명을 다하겠습니다.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존재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아아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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