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못하는 무언가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게 정말 힘들다.
최대한 잘하는 모습, 완성된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다. 나의 약함을 보여주는게 싫은건 내가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기 창피해서.. 아마, 그렇게 내 자존심을 그렇게 지키려고 했던것 같다. 나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최대한 잘하는 모습, 열심히 사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고 실제로 그렇게 살아야만 한다는 강박 같은게 있었다.(물론 이런 강박은 나에게 좋은 영향도 줬다.) 그래야 뭔가 나도 이사람 옆에 있을만한 사람이 된다는 생각에 갇혀서 거의 평생을 살아왔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아마 연애 상대자에게도 무의식적으로 내가 만들어놓은 기준을 들이댔었던 것 같다. (그 사람을 그 기준대로 평가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면 나는 존경하거나 배울만한 것들 내가 인정할만한 부분이 있는 사람을 만났었다. 그게 성격이든, 근성이든, 혹은 지적으로 뛰어난 것이든 내 기준에 합한 부분이 있는 사람을 만났다. 내가 인정할 수 있는 사람에게 호감이 생겼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그래야만 한다는 강박같은게 있었다. 내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면 나는 저사람에게 '만날만한 사람'이 되지 못할거라는 불안함이 있었다. 그래서 내 생각에 보여주기에는 부족함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들을 최대한 공유하지 않고 싶었다.
그러다 얼마전 남자친구에게 내가 작업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정말 온 마음을 다해서 보여주기 싫었다. 내 나름의 열심과 최선으로 만들어낸 흔적이지만, 이게 남자친구가 보기에 별로면 어떻게 하지? 그 사람의 기준에는 부족함이 가득해서, 내가 이것밖에 안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들이 순간적으로 머릿속을 복잡하게 채웠었다.
그러다, 문득 '부족해도 괜찮아. 이게 내 최선이니까 ' 라는 문장이 머리에 떠올랐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 지금의 내 머리가 닿는 최선이라면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족함이 있다면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어쩔 수 없다고, 내가 생각 할 수 없는 나의 부족함이 있다면 그걸 듣고 또 채워 나가면 된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게 별것 아닌 생각이지만 스스로를 부정하는 방식으로만 생각하면서 30년 남짓을 살아왔던 나에게는 뭔가 머리를 깨는 듯한 순간이었다.
부족해도 괜찮다고. 지금의 내가 언제나 완벽할 수는 없다고.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을 30살이 되어서야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조금이나마 내 스스로를 긍정하고, 위로하고, 응원할 수 있는 사람에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남자친구의 폭포수같은 응원과 위로, 그리고 끝없는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청 창피하고, 부끄럽고 약간은 겁나기도 했지만 나는 지금의 이 사람에게 내 부족함과 나의 약점들을 조금씩 보여주기로 했다.
아마, 남자친구는 본인이 나에게 얼마나 귀한 사람인지 모를거다. 내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해서 평생을 힘들어 했던 나를 당신이 조금씩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는걸.
내 부족함을, 나의 연약함을, 나의 못된 마음들까지 가만히 들어주고 안아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