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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Mar 08. 2017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 연애




얼마 전 데이트를 하다가 갑작스럽게 커플신발을 사게 됐는데 두 켤레를 한꺼번에 계산할 때 할인이 된다고 해서 남자친구가 결제를 했다. 그사람이 결제를 하는 순간 올라왔던 수많은 불편한 마음들 때문에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 그리고는 헤어지자마자 바로 금액의 절반을 송금해버렸다. 나는 연애하는 동안 칼같이 남자친구가 뭔가를 사면 그에 응당하는 금액을 내가 계산을 해야 속이 편했다.


지금의 남자친구에게 나는 끊임없이 뭐가 갖고 싶은지 필요한 물건은 없는지 물어보고 관심있어 하는걸 찾아본다. 비슷한 나이 또래의 남자들이 갖고싶어하는 물건을 찾아서 열심히 검색하고, 내가 조금 부담되는 금액의 선물이라도 그사람에게 필요하다면 애써서 사주고, 괜히 선물도 좀 더 비싼 것들을 찾아서 주곤 했다.


그런데 막상 남자친구가 데이트 하는 중간중간 귀걸이 반지 등등을 보면서 사줄까요?라고 물어보면 마음에 드는게 없다, 괜찮다. 필요하면 그때 말하겠다 는 말을 하면서 주제를 돌려버렸다. 내 물건을 남자친구가 사는게 너무 불편했다. 생각해보면 뭔가 남자친구가 돈을 좀 많이 쓴것 같은 다음에는 내가 계산해야하는데 라는 생각 때문에 안절부절 못했다.



커플신발을 들고 집에 돌아오큰 길에 내가 주는 선물인데 이렇게 돈을 보내냐고 하는 남자친구의 메시지를 보면서 "그러게... 왜 나는 이렇게까지 선물받는걸 싫어하지?" 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나는 고가의 선물을 주는데 거리낌이 없으면서 정작 작은 선물하나 받는 것은 부담스럽고, 심지어 상대방에게 빚지는 사람같다는 생각까지 하는 내 스스로가 이해가 안됐다.


내가 왜 이런 이상한 열등감 같은걸 가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고민하다 보니 전 연애의 쓴뿌리가 남아있어서 그랬던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연애를 할 때, 상대방에게서 "너에게서 어떤 부분을 배워야 할지 모르겠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큰 상처였다. 나는 그친구에게 많은 것들을 배우고 그 친구의 좋은 점들이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상대방은 나에게서 배울점은 아니더라도 좋은 자극이 되는 모습 조차도 찾지 못했다는 말이 충격적이었다.


내가 상대방에게 정서적으로, 인격적으로 관계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감정놀이 하는 사람, 그냥 막연히 좋아하는 감정을 소비하는 상대로 존재했다는게 상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연애를 하면서 나의 "효용가치"를 계속 생각하게 된것은 아마 그때의 트라우마 때문인 것 같다. 어떻게든 이 관계 안에서 나의 효용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같은게 막연히 있었다. 그리고 그런 부담감은 내가 빠르게 효용을 확인 할 수 있는 영역에서 나의 쓸모를 높이는 방향으로 나를  행동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면 밥을 먹어도 내가 더 자주사고, 뭔가 물질적인 부분에서 최대한 내가 할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해결하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상대방에게 금전적이거나 물질적으로 뭔가를 받는것은 매우 불편해 했다. 빚지는 느낌이 막연히 들었다.


나는 상대방에게 내가 의미없는 사람이 되는게 두려웠던 거다. 내가 상대방의 많은것들을 보고 자극 받고 배우고 성장하는 것 처럼 나도 당신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할까봐. 심지어 거기에서 물질적인 부분으로도 내가 도움을 주지 못하는 그냥 감정을 소비하는 상대로 취급받는게 너무 자존심 상하고 수치스러웠다. 나라는 사람이 한심하고 무가치한 존재 같아서.


지난 연말즈음 여러가지 문제로 내가 고통스러워 하고 있을 때 옆에서 너무나도 큰 도움이 되어준 이사람이 너무 고마웠다. 그래서 막연히 불안했다. 나도 당신에게 이렇게 좋은것들을 주는 사람이 맞을까..? 나도 당신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싶은데.. 라는 불안함에 물어봤다. 나도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냐고. 나 때문에 당신도 위로받고 힘이 나냐고.  


그 때 나를 보고 "그럼요!" 라고 말해줘서 고마웠다.

꼭꼭 눌러쓴 편지에 받은 것이 너무 많아서 더 많이 주지못해 미안하다는 말이 참 고마웠다.  



글을 쓰다보니 남자친구가 보고싶어졌다. 내가 예전에 이런 부분에서 상처받았었다고, 그래서 당신에게 뭔가를 받는게 힘들었다고.


그렇게 한참 이야기하고 나면 아마도 나를 꼭 안으면서 토닥여줄거다. 그리곤 조곤조곤 나를 위로해주겠지.


상냥하고 따뜻한 그 목소리가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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