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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Aug 29. 2017

당연하지 않아서 좋은 연애

유독스럽게 더웠던 초 여름에 시작했던 연애가 사계절을 돌아서, 여름이 지나가고 두번째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나는 당신과의 연애에서 나의 부족함을 발견한다. 교만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연애에 있어서  항상 당당했다.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 아끼는 정도 , 상대방을 배려하는 부분에 있어서 항상 내가 한 걸음 더 앞서 나가고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랬다. (이것은 내 지난 연애의 상대들이 대부분 연인인 나를 제외한 다른 관계들에 대해 공감능력이 많이 떨어지는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얼마전 친구의 결혼식에서 만난 오랜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니가 만났던 애들은 항상 예민하고, 작고, 마르고.. 뭔가 니가 지켜줘야 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지금 네 남자친구는 니가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서 좋고 신기해."


처음에 그 말을 들었을 때 머릿속에 물음표가 계속 떠 다녔다. 나는 항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랑 만 연애했는데? 이전 남자친구도 내가 편안한 사람이기 때문에 만났는데? 


친구의 말을 듣고나서 지금의 연애에서 느끼는 여러가지 생경한 감정들을 곱씹어 봤다. 나는 과거의 연애에서도 항상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쉽게 우울해하고 요동치는 나에 비해 상대방은 항상 행동과 감정이 예측 가능한 사람이었고, 내가 무슨 반응을 하든 차분하게 받아주었고, 쉽게 무너지거나 쉽게 흥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지난 연애에서 내가 그 친구에게서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다.  친구의 말을 듣고 지금의 연애에서 내가 느끼는 낯선 감정들을 가만히 정리해 보니, 나는 지난 연애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있기는 했지만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연애를 하지는 못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금의 내 사람도 차분하고 감정기복이 크지 않은 사람이다. 정서적으로 안정되어있고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도 충분하고, 나보다 더 섬세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스스로가 놀랄 정도로 내 약한 모습과 부족한 모습까지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다. 내가 이끌어 주지 않아도 이미 나보다 앞서 가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지금의 내가 경험하는 많은 것들을 이미 한 번 이상 경험해 본 사람이어서 많은 부분들을 내가 내려놓고 편히 안길 수 있는 사람이다. 실제로 이 사람과의 결혼을 결심한 여러가지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나의 부족한 것들을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는 사람" 이기 때문이다. 내 완벽하지 않은 모습이라도 보여주겠다고 마음 먹게 한 사람은 이 사람이 유일하다. 


지금의 내 사람은 나로 하여금  내가 항상 연애 해오던 방식과는 조금씩 더 신경쓰고 더 바라보게 하는 사람이다. 딱 내가 지키고 싶은 내 선만 지키고 내 예상범위안에서 대부분의 것들이 해결됐던 지난 연애와는 다르게 지금의 연애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사랑받고, 배려받고 있어서 가끔씩 생경한 느낌이 든다.  이전까지는 내가 예상한 수준이면 항상 매끄러웠는데 지금은 항상 나보다 더 많이 사랑해주고, 배려해주고 고마워해줘서 나 역시 조금씩 더 많이 에너지를 써서 이 사람을 생각하고 배려하고 사랑하게 된다. 나는 내가 이해심이 많은 여자친구라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곱씹어 보면 그냥 내가 다른 사람보다 예민한 부분들의 역치가 높은 것 뿐이었다.  


만난지 1년이 넘은 지금도 데이트 후에는 같이 저녁먹어줘서 고맙고, 시간내어서 함께 해 줘서 고맙고, 맛있는거 먹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꼬박꼬박 해준다. 별 것 아닌 인사일지 모르겠지만 나와 함께 하는 모든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해주고 고마워하는 사람옆에 있으면 조금이라도 당연하게 여긴 내 스스로가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물씬 올라와서 괜히 미안해진다. 


이 사람과의 매일매일이 빨리 익숙해 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나인데, 어느덧 이 사람과의 일상을 당연하게 여기는 나를 보면서 반성하게 되고 그래서 나도 더 많이 신경쓰고 에너지 쓰려고 노력하게 된다. 시간이 지날 수록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것과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절대 같지 않은데, 왜 나는 어느샌가 당신을 내 일상의 부분으로 당연하게 여기게 됐을까. 미안해라. 


매일매일 나를 꼬시겠다며 온갖 귀여운 짓을 하는 당신에게 나는 매일 조금씩 더 감사하고, 고맙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당신을 나도 당신만큼 귀하게 여길테니, 서로 오래 함께 잘 지내자. 


당신이 나와 함께하는 모든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들이 새삼스럽기도 하고 정말 감사하기도 해서 글로 남겨야 겠다고 생각한지 거진 일주일이 지난 지금에야 글을 남긴다. 생각났을 때 바로 써둬야 하는데, 많이 흐려진 글이라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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