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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Jun 23. 2019

빡센 아내를 만난 남편에게, 치얼스-

사람들은 주로 내가 화를 자주 내고 남편이 나를 케어한다고 생각하더라.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다혈질 30년 경력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터라 나는 생각보다 쉽게 감정을 터트리진 않는다. 감정의 원인이 불분명한 상태로 분출됐을 때의 찝찝함을 너무너무 싫어해서 원인을 정확히 파악할 때 까지는 티가 날 지는 몰라도 표출은 안 한다. 그리고 화가 나더라도 흥분하기보다는 가라앉는 편이다. (의외로)
특히 남편이 뭔가 잘못해서 내가 화가 났을 때는 이 타이밍 안에 뭐가 문제인지 바닥까지 다 쪼개서 정확하게 확인하고 사과받고 개선하겠다는 대답을 들을 때까지 대화한다. 그래야 다음에 감정의 찌꺼기가 남거나 후회가 없어서, 나는 정말 끈질기게 남편에게 나를 납득시키게끔 달려든다.
내가 집요하게 설명을 요구할 때 남편은(다행히, 감사하게도) 충실히 응대해준다. 그 과정에서 남편 역시 종종 그냥 감정을 터트릴 때도 있고, 어떤 부분은 인정하기 힘들어할 때도 있으나 서로의 최선을 찾기 위해 끝까지 대화 참여한다.
내가 잘하는 건, 남편이 잘못을 인정하고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노력해도 잘 안 되는 것들에 대해서 솔직하게 양해를 구할 때 깔끔하게 사과와 설명과 양해를 받아준다는 거.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또다시 트집 잡거나 하진 않는다는 거?
뒤끝 없이 깔끔하게 끝내는 건, 본인이 뭔가를 잘못했을 때마다 끈질기게 달려드는 내가 분명히 힘들 텐데도 대화를 포기하지 않아 준 남편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다.
갑자기 남편이 급 편지를 써줬다. 본인이 못난 행동을 해도 내가 보듬어줘서 고맙다는 내용이 있었다. 내가 과연 남편을 보듬었던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갈등을 풀어가는 내 방식이 가끔은 너무 빡빡해서 미안했는데 이런 나의 빡빡함을 사랑으로 받아주는 남편이라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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