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즐거운 회사 야유회

육아휴직은 나를 어떻게 바꾸었는가

by 오솔비

주말에 열리는 회사 야유회란 무엇인가?

①휴일 수당을 붙여줘도 모자를 마당에 무급(無給). 게다가 회비까지 걷음.

②어리다는 이유로 잡일은 도맡아 해야 함.

③안 가면 상사 눈치 보임.

④결석하기 위한 그럴싸한 변명거리를 생각해내느라 골머리 싸매야 함.

내게 회사 야유회는 그런 존재였다. 육아 휴직 전까지는 말이다.





일본에서는 봄에서 여름에 걸쳐 바비큐 파티를 많이들 한다. 주로 강가나 도심의 캠프장 등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술을 마시곤 하는데, 한창 철의 강가 바비큐장은 입장도 줄 서서 해야 할 정도이다.

내가 소속한 부서에서도 매해 여름 바비큐 파티를 연다. 주말 점심 즈음에 열리는데, 가족과 함께 참가하는 것도 환영이다. 아, 참가는 자유다. 강제성은 전혀 없다. 단, 살짝 눈치가 보이기는 한다. 지나가는 듯한 말투로 왜 안 오는지 물어온다.


나는 고기도, 맥주도, 탁 트인 강가의 분위기도 좋아하지만, 회사의 바비큐 파티는 매년 결석했다. 주말에까지 회사 사람들과 어울려야 할 이유를 몰랐다. 내가 지금 회사에 계속 다니는 이유 중의 하나가 사람들이 좋아서인데도 말이다.


'친절한' 우리 회사 사람들은 내가 육아휴직에 들어가고 난 후에도 바비큐 파티에 오지 않을 건지 연락을 해왔다. 내 대답은?

그럼요. 남편이랑 아이도 데리고 갈게요.

주말에 열리는 회사 행사에 빠짐없이 참가하는 직장 선배가 있었다. 늘 가족과 함께 참가하곤 했다.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데다, 통근시간도 왕복 3시간이 넘으면서도 주말에까지 회사 행사에 참가하는 선배가 대단해 보여서 물었다. 부장님이 혹시 눈치 주세요?

선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부인이 이런 회사 행사에 참가하고 싶어 한다고. 부인은 건설회사에 다니던 열혈 커리어 우먼이었는데, 출산을 계기로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집에서 아이를 본다고 했다.


주말 바비큐 파티에 참가한다고 대답하면서, 그 선배 부인이 떠올랐다.

아, 그 선배 부인의 마음이 이런 거였을까.





첫째 아이의 육아 휴직에 들어가고 난 후, 난 말 그대로 독박 육아를 했다. 평일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혼자 아이를 보며 지냈다. 남편은 야근이 잦았고, 엄마는 한국에 계셨고, 집 근처에 아는 사람이라곤 없었다.

이제와 돌이켜 보면, 마음에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누군가를 사귈 생각도, 어딘가에 나가 볼 생각도 딱히 하지 못했다. 지자체에서 열리는 육아 모임에 나가거나, 같은 개월 수의 아이를 가진 동네 엄마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그뿐이었다. 아이들 이야기나 육아 이야기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곤 했지만, 돌아서면 육아는 여전히 힘들고, 나는 외로웠다.


남편은 그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마마토모(ママ友; 직역하자면 엄마 친구. 같은 나이대의 아이를 둔 엄마들끼리의 교우관계)라도 사귀라며 여기저기 나가보라고 했지만, 그런 남편에게 난 소리쳤다.

"나한테 필요한 건 애기 이야기하면서 하하 호호할 사람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고!"


회사의 바비큐 파티는 사람이 슬슬 그리워지던 내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자, 내가 나로 받아들여지는 곳이었다. 몇 개월 아기의 엄마라고 나를 소개하지 않아도 되고, 육아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회사원 누구. 누군가의 부하직원, 누군가의 동료직원, 누군가의 선배.

회사를 다닐 적엔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그 타이틀이 무척 그리웠다.


그렇게 가족들과 함께 간 바비큐 파티는 정말이지, 즐거웠다.


맥주를 한 손에 들고 회사 사람들과 근황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회사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회사 다닐 적엔 그다지 대화를 나눠 본 적도 없는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었고, 심지어 부장님과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이야기를 했다.

회사 야유회가 이토록 즐거울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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