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살롱

3개월 아기를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은?

by 오솔비

'육아 살롱'이라는 우아한 이름을 가진 모임이 일본에는 있다. 이름만 들으면 사모님들이 찻잔을 기울이며 여유롭게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것만 같지만, 실은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동네의 육아 모임이다.


첫째 아기가 태어나기 전까지 아이를 맞을 이런저런 준비를 해왔지만, 필요한 물품 준비와 애기 옷 입히는 법이라든지 목욕시키는 법이라든지 하는 아이를 돌보기 위한 기초 지식 습득이 대부분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렜고, 두근거렸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머릿속도 마음속도 가득했다.


그런데 아기를 낳고 보니, 그걸로 다가 아니었다. 아기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하는 건 뭐랄까 기본기에 지나지 않는달까. 아기가 생후 한 두 달이 넘어가자 깨어있는 시간에는 뭘 하고 놀아줘야 하나, 밖에 나가면 어디를 데려가야 하나 하는 고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때 마침 동네 게시판에서 '육아 살롱' 안내문을 발견했다.


동네 게시판. 지금까지는 게시판이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는데, 아니 늘 지나다녔으니 보기는 했을 텐데, 눈에 들어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기띠를 매고 천천히 걸어가는 데 게시판이, '육아'라는 글자가 적힌 종이가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닌가.


친구를 사귀고 싶으신 분,
열심히 육아 중인 분,
육아에 고민이나 불안을 느끼고 계신 분,
참가해보시지 않겠어요?
보육사가 육아상담도 해드려요.



저 문구에 어느덧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응, 친구도 사귀고 싶고, 열심히 육아도 하고 있고(아마도), 육아에 고민이나 불안도 있지. 맞아 맞아. 나는 안내문에 빠져들었다.

거기에는 대상 연령과 개최일시(한 달에 한번 개최), 장소, 매달 모임 내용(9월은 중학생과의 교류회, 12월은 크리스마스 파티 등)이 적혀있었다. 사전 예약도 필요 없고 그냥 아기 데리고 맘 편히 오라고도. 마침 집에서 5분 정도밖에 안 떨어진 곳에서 열린다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보기로 했다.





개최 장소는 집 근처 신사 경내에 위치한 마을 회관이었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걸어갔는데, 신사 입구에 이미 할아버지 한 분이 나와서 여기라며 손짓을 하고 있었다. 어서 오라며 나와 아이를 반겨주셨고 유모차도 받아서 세우는 곳에 가져가 주셨다. 회관 건물 입구에는 앞치마를 두른 할머니 여러 분이 엄마들이 신발을 벗는 동안 아이를 안아주고 있었다.


들어서자 아이 이름과 개월 수를 물어보고는, 이름표를 만들어 아이에게 달아주었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는데, 이 근처에 아이들이 이렇게나 많았나 싶을 정도였다. (참고로 내가 간 육아 살롱은 만 0세~만 1세 6개월의 아이들 대상) 30명 정도의 아기들이 바닥에 누워서 바둥거리거나 앉아서 놀고 있었다. 비슷한 개월 수의 아이들끼리 붙여서 앉혀주어서 옆에 앉은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아이에 대한 이야기로 말을 틀 수 있었다.

"목 벌써 가누나 봐요?"

"그런 거 같아요. 근데 목을 가눈다는 게 도대체 뭘 기준으로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혹시 아세요?"나,

"전 어린이집 20군데나 신청해 뒀는데, 될지 어떨지 걱정이에요."

이런 대화를 나눴었던 것 같다.


시작 시간이 되자 할머니 한 분이 나와서 사회를 보시기 시작했다. 처음 참가한 사람들의 자기소개를 듣고 나서는 다 같이 노래도 부르고, 율동도 하고, 할머니 한 분이 책을 읽어주시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달에는 구청에서 나온 치과의사 선생님이 아이의 구강 건강 관리법에 대해서 설명해주신다며, 치과의사 선생님에 의한 특강이 있기도 했다. 아이용 칫솔을 나눠주기도 하고, 아기 이 닦는 법을 직접 시연해 보이기도 했다.

예정된 1시간 반이 금방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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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668.jpg 출석카드. 매달 개최 날짜와 행사 내용이 적혀있다.


집에 와 이게 어떤 모임인가 찾아보니, 지자체에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자 시작한 육아 지원 추진 사업 중의 하나로, 지역 자원봉사자 분들의 협력을 얻어 시행하는 모임이었다. 모임에 계시던 할아버지, 할머니 분들이 자원 봉사자 분들이었던 모양이다.

한 달에 한 번뿐인 모임이지만, 아이를 데리고 어딜 가야 하나 망설이던 내게는 반가운 모임이었다. 조리원 동기라는 게 없는 일본에서, 같은 개월 수의 아기 엄마를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이기도 하고 말이다. 무엇보다 아기 엄마들의 높은 출석률도 놀라웠고, 자원봉사자이신 할아버지, 할머니 들의 생기도 보기 좋았다. 아주 조금이지만, 마을이 협력해서 아이를 키우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말이다.


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힘들었던 것은, 한 생명을 오롯이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이나, 첫아기라 가졌던 긴장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고립감에서 왔던 것 같다. 내가 그동안 쌓아온 인간관계는 급격히 좁아지고, 행동반경은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있는 범위로 제한되면서, 나의 세계마저 집 안이라는 공간으로 축소된 듯한 느낌에 괴로웠다.

그러다가 우연히 가게 된 저 모임 덕분에, 조금은 내 세계가 넓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마을이라는 공동체에 환영받고 있는 것 같았고, 그 기분은 나를 육아의 고독함, 고립감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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