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으로 위로받기

by 오솔비

"아빠, 여기 있어요!"

"추피야, 아빠가 나사 하나 달라고 했잖아! 공구 상자를 통째로 다 가져오면 어쩌니?"

아빠가 한숨을 쉬며 말했어요.

추피는 많이 속상했어요.

"아빠, 그러면 언제 탈 수 있는 거예요?"

"추피야,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지! 자꾸 그러면 아빠 화낸다?"

-「추피와 아빠가 다퉜어요」 중에서


"그림 그리는 건 싫어요.

그러면, 장군놀이할래요! 이얍! 얍! 얍!"

"추피야, 그만! 그만 해라!

엄마 서류들이 다 엉망이 되잖니."

"엄마, 심심해요! 텔레비전 보게 해 주세요. 엄마~ 네?"

"그래, 그래, 알았다. 엄마가 만화 보여 줄게."

-「추피는 텔레비전이 보고 싶어요」 중에서


 최근에 아이에게 읽어준 그림책의 일부분이다. (티에리 쿠르텡, 「추피의 생활 이야기」, 도서출판 무지개)

아이가 좋아하기도 해서 자주 읽어주곤 하는데, 아이를 위한 이 그림책에 난 때때로 위로받곤 한다.





 육아는 힘들다.

 몸도 힘들고, 정신도 힘들다.


 처음 해보는 육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 책도 읽어보고, 주변 사람들 이야기도 들어보고,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도 찾아본다. 그런데 버젓한 육아서를 보면 볼수록 내 행동이 못나 보인다.


 육아서에는 지극히 옳은 말들이 적혀있다.

 어떤 육아서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뇌가 발달하는 과정에 있는 아이는 나이대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다르다. 우리는 나무를 보고 '왜 좀 더 크지 않았니?', '왜 이 쪽 가지는 자라지 않았니?' 하며 짜증을 내지 않는다.


 그렇지. 그렇고 말고. 고개를 끄덕이며 읽고, 지금까지의 내 행동을 반성하고, 앞으로는 이렇게 해야지 다짐한다. 하지만 말이다. 배고프다고 해서 서둘러 저녁을 만들었는데 한 술도 먹지 않을 때, 동생 때리면 안 된다고 했는데 계속 때릴 때, 과자봉지를 한참을 못 뜯고 있길래 대신 뜯어줬더니 울기 시작할 때...

 아이들이 이러는 건 당연하다고 머릿속으로는 알아도 순간 짜증이 치밀어 오르곤 한다. 때론 목소리가 커질 때도 있다.


 물론 그러고 나서는 '내가 왜 이랬을까. 넌 나무한테 소리 지른 꼴이다.' 하고 반성한다. 그리고 매번 똑같은 후회와 반성을 반복하는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그렇게 육아에 대한 자신이 점점 없어지던 중에 말이다.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다가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위에서 인용했던 책 내용을 다시 보면,

 보채는 아이 때문에 아빠는 짜증이 나있다. 심부름을 시켰는데 일을 더 크게 만드는 아이 앞에서 한숨을 쉬기도 한다. "자꾸 그러면 아빠 화낸다?"하고 야단을 치기도 한다.

반면 엄마, 일을 해야 하는데 아이는 장군놀이를 한답시고 장난감 칼로 책상 위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 텔레비전은 안 된다고 5분 전에 아이에게 말했지만, 일은 해야겠고 어쩔 수 없이 아이에게 텔레비전을 틀어 준다.


 육아 리얼리티 방송이었다면, 추피 엄마와 아빠는 육아 전문가에게 한 소리 들었을 것이다.

아이는 아빠를 도와주려고 했을 뿐, 일부러 실수한 게 아니다,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해도 아이는 그 조금만이 얼만큼인지 모른다, 아이 입장에서는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등등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한 생각은 "그렇지, 아이가 저럴 때 진짜 짜증 나지.", "아, 세상 사는 거 다 비슷하구나. 프랑스 육아법이니 뭐니 해도 화나는 건 똑같구나."였다.


 육아를 하다 보면 잘하고 싶어서 이상(理想)을 쫓게 된다. 육아서에서 말하는 응당 그래야 한다는 부모의 모습이나, sns에 올라오는 멋진 부모의 일상, 텔레비전에 나오는 육아 고수의 모습, 무엇이든 잘 해내고 있는 것만 같은 주변 엄마들의 모습.

 나는 그 이상에 맞추어 내 행동을 스스로 평가하곤 했다. 늘 기대에 못 미치는 점수였고, 이대로 괜찮은 걸까 불안했다. 그런데 말이다. 저 그림책이 "너만 그런 거 아니다,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말이 나에게는 굉장히 큰 위로가 되었다.

 아이에게 화내도 된다는 게 아니다.

 '한 번 화냈다고 끝난 게 아니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 누구나 그렇게 노력하며 부모가 되어간다'는 사실이 날 지치지 않게 해 줬다고 할까.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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