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논리적으로 반박당할 내용은 입에 담지 않는 게 좋다.
싸우다 보면 평소에 서운했던 점, 별 거 아니라 말 안 했는데 생각해보니 괘씸한 것들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술술 나온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저번에는 싸우다가 "화장실 휴지 다 떨어지면 갈아놓는 건 누구야? 맨날 나만 하잖아. 그런 사소한 것들이 쌓이고 쌓이면 화가 나는 거라고!" 하고 남편에게 외쳤다. 그런데 입 밖에 내고 생각해보니, 화장실 휴지를 내가 남편보다 6배는 많이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률적으로 말이다, 내가 거의 다 쓴 휴지심과 조우할 경우가 더 많다. 이렇게 바로 반박당할 말은 안 꺼내느니만 못하다. 잡기 쉬운 꼬투리는 던져서는 안 된다.
둘째, 웃으면 안 된다, 먼저 웃으면 진다.
핸드폰을 만지더라도 조금이라도 웃길 것 같은 콘텐츠는 열면 안 된다.
풋 하고 웃는 순간, 남편과 눈이 마주치고, 다시 굳은 표정으로 돌아가도 때는 늦었다.
나의 '화'가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들키거나,
남편의 화가 심할 경우는, 상황을 우습게 여기는 것처럼 보여서, 남편의 화를 더 돋우고만 만다.
셋째, 기억력도 좋아야 한다. 내가 화나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다른 일 하다 보면 남편과 다퉜다는 사실을 잊고는 아무 말 없이 남편에게 말을 걸 때가 있다.
저번엔 설거지하다가 나도 모르게 "쓰레기봉투 좀 벌려줘 봐."하고 말했다.
뱉은 말은 되돌릴 수 없다. 때는 이미 늦었다. 당신이 먼저 사과한 것과 다름없다.
그렇게 해서 남편에게 이기면?
아무것도 없다. 어디에도 쓸 데 없는 내 자존심만 남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