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섬세한 사람의 산타모니카
생각해 보니 여행 첫날에 많은 일이 있었다. 도착해서 캐리어를 잃어버렸고, 방황하다 버스킹 공연을 보며 혼자 감동했다. 또 숙소에선 즉흥으로 투어에 참가했고 꽤나 괜찮은 공연을 라이브로 봤다. 결국 마지막엔 의도치 않게 진이 빠져버렸지만, 말 그대로 '정신없는' 하루였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홀로 걷는 산타모니카는 무척이나 고요했다. 뻥 뚫린 바다와 하늘이 왠지 모르게 감동적이었다. 낮엔 버스킹을 보고, 방금 전엔 라이브 공연을 보고, 또 이번엔 새벽의 해변을 바라보고... 각각의 순간에서 크고 작은 감동을 받은 하루다.
이쯤 되면 누군가는 갸우뚱할지도 모른다. 무슨 사람이 그렇게 자주 감동을 받냐고. 하지만 세상엔 그런 사람들도 있다. 내가 그렇다. 그래서 때로는 너무 예민하고 감성적이라고 애 취급받기도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 덕분에 나만의 감각을 더 섬세하게 다듬을 수 있었다고 믿으니까. 그렇게 마음먹기까지가 조금 오래 걸렸을 뿐, 지금은 그런 내 섬세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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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섬세한 감각으로 바라본 바다는 무척이나 평화로웠다. 파도 소리는 멀리서도 선명하게 들렸고, 정면으로 기분 좋은 바람까지 불어왔다. 그때 문득 노래가 하나 떠올랐다. 나는 조용히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이어폰에선 Dr Dre의 비트에 맞춰 Snoop Dogg이 느슨하게 랩을 시작한다. 해변을 따라 걷는 내 발걸음은 어느새 리듬에 맞춰 걷고 있다. 몸은 붕 뜨고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샘솟는다.
그렇게 여행 첫날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