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재 산문 / 시 선의 시선
우연히 엄마의 일기를 훔쳐보다가, 가슴이 두근거렸다.
누군가의 귀한 내밀한 마음을 알게 되었다는 데에서, 봄에 틔우는 아주 연하고 어린순을 보게 된 것 같은 싱숭생숭한 기분을 느끼며.
그 기분이 또 나쁘지는 않아서 세상에 공개된 일기 몇 개를 더 구경하기로 한다.
이거 왜 위로가 되냐?
"나는 인간들과 어울릴 수 없다. 대화는 나를 지치게 만든다.
침묵 속에서만 나는 온전하다."
프란츠 카프카 -1916년 12월 23일
“저녁을 먹고 방으로 돌아왔다. 오늘 하루는 그다지 특별한 일이 없었다.
여름밤공기가 상쾌했다. 침대에 누워 책을 좀 읽었다. 피곤해서 일찍 잠들었다"
프란츠 카프카 -1911년 7월 21일
"오늘도 날씨가 흐리다.
나는 흐린 날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오후에는 길을 걸었다.
사람들이 오가고, 나는 그들의 얼굴을 관찰했다.
모두들 바쁘다. 나는 그 속에서 조용히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집에 돌아와 차를 마셨다. 내일은 더 나은 하루가 될까?"
버지니아 울프 - 1925년 4월 15일
si, sun
취향과 즉흥적인 독서와
언뜻언뜻 머리를 쳐드는 지혜와
섬세한 미래를 껴안고
사방에서 떠드는 것들에 엿을 날려줄
두 에디터의 사유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