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재 산문 / 시 선의 시선
보는 사람
먹는 사람
마시는 사람
쓰는 사람
찍는 사람
최근의 나는 읽는 사람.
지하철에서도 읽고 누워서도 읽고 앉아서도 읽고
걸어 다니면서도 읽고, 소리 내어 읽고,
여행 가서 무슨 옷을 입을지보다 무엇을 읽을지가 더 중요하고,
다음 주엔 뭐 읽을지 고민하고,
종종 아침에 읽고, 가끔 점심에 읽고, 자주 저녁에 읽는 사람.
읽다 보니 요즘은 읽는 일이 내 직업이었으면 한다.
가끔은 안 읽히기도 한다.
읽고도 모르겠기도 하다.
읽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게 있기도.
그래도 읽는 시간이 가장 내 것 같다.
나를 잘 아는 사람으로부터 칭찬이 도착했다.
읽는 사람은 계속 읽습니다. <무언가> 잘 읽는 것은 굉장한 능력.
잘 읽는 것은 잘 이해하는 것만 의미하지 않아요.
잘 읽는 사람이 현재를 알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어요.
라는 누군가의 말을 빌려서 말이다.
이 칭찬에 기분이 비누 거품처럼
바람 냄새가 걷히고 깨끗한 향이 나고 뽀득거리고, 깨끗해졌다.
나이가 많이 들어할 일이 지금보다 줄어들면,
(줄어들겠지? 모를 일이긴 하다)
육체가 지금보단 많은 것을 허락하지 않을 테니,
하루 종일 누워서, 앉아서, 뒹굴면서, 허리를 펴면서,
읽을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까 덜 심심하겠다 싶다는 심심한 자기 위로.
‘잘 읽는 사람이 현재를 알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어요’
여러분 읽으세요!
미래 설계가 막 착착 되지는 않지만.
뭐. 이제라도 차근차근 설계하면 되니까. 읽읍시다.
si, sun
취향과 즉흥적인 독서와
언뜻언뜻 머리를 쳐드는 지혜와
섬세한 미래를 껴안고
사방에서 떠드는 것들에 엿을 날려줄
두 에디터의 사유의 서재